[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온 나라가 '최순실'이라는 블랙홀에 휘말리면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숙제인 산업 구조조정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최순실 사태로) 나라가 어지러워지면서 정부의 구조조정 동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한시가 급한 산업 구조조정이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이면서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끝없이 확대되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정부마저도 구조조정에 손을 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말과 지난달 말 각각 철강ㆍ석유화학, 조선ㆍ해운에 대한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5대 취약업종에 대한 산업 구조조정을 공론화한 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산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까지 겹치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마저 업무 마비 상태에 놓이면서 산업 구조조정은 더욱 지지부진한 상황에 처하는 꼴이 됐다.
해운업은 SM그룹의 등장으로 당장 정부가 내놓은 해운 대책의 방향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14일 중견그룹 SM그룹이 현대상선을 제치고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인 미주노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SM그룹은 기존 계열사인 대한해운과 삼선로직스에 한진해운 인력과 미주노선 영업망을 합쳐 종합 컨테이너선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대한해운이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인수하게 되면 현대상선의 뒤를 잇는 원양선사가 하나 더 생기게 된다. 그러나 제2 국적선사의 등장은 정부의 해운 대책에서 완전히 빗나간 시나리오다.
금융당국은 해운산업의 경쟁력 상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상선의 한진해운 우량 자산 인수에 대한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SM그룹 벌크선 전문사인 대한해운이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이어받고 현대상선과 함께 빅2로 부상하게 되면 해운산업의 지형이 뒤바뀌게 된다"면서 "정부는 해운업 재건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다시 꾸리고 방향 모색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면서 기업들의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과 정기 인사 등 굵직한 경영 스케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심각해진 경기불황, 제품 결함, 파업 등 각종 내우(內憂)에 시달렸던 기업들은 최순실 게이트라는 외환(外患)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대부분 내년 사업계획에 맞춰 연말 정기 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실시한다"며 "인사가 당초 계획과 달리 진행되거나 늦어진다면 그만큼 사업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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