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 코스피·코스닥을 삼키다
증시는 청와대 문건유출 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발표가 있은 다음날부터 크게 휘청거렸다.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기업들의 주가도 의혹이 진화ㆍ확산ㆍ해소될 때마다 오르내렸다.
막판 개인과 기관의 저가 매수세로 2010선을 겨우 회복 마감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정치리스크로 이날 외국인은 829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코스닥도 이날 635.51에 마감하며 지난 2월 이래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불확실한 심리"라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투자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도 주가에 타격을 입었다. 특히 CJ는 경기도 고양시에 1조4000억원 규모로 조성 중인 'K-컬처밸리'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씨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직격탄을 입었다.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CJ E&M은 이달 초 하루 7% 이상 급락하는 등 하락세가 계속돼 지난달 말 7만원대였던 주가가 보름 만에 6민5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CJ CGV도 지난달 말 7만1000원대까지 올랐으나 같은 기간 6만5000원대로 하락했다.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했다 돌려받은 롯데그룹 소속 상장사들도 타격이 컸다. 관련 보도가 나온 지난달 27일 이후 롯데케미칼 주가는 30만원에서 나흘만에 28만8500원으로 곤두박칠쳤다. 롯데쇼핑도 27일 23만원대였던 주가가 4거래일 연속 하락해 이달초 21만원대로 추락했다. 롯데제과도 같은 기간 19만4000원에서 18만3500원까지 떨어졌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만 35억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일 삼성전자가 최씨 모녀 소유의 스포츠 컨설팅 회사인 코레스포츠와 말 구입.관리와 차량 대여 관련 280만유로(35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날 1.64% 하락률을 보였다. 이후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검찰 조사에 이어 트럼프발 미국 보호무역 우려까지 겹치며 지난 15일 153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차은택씨의 '낙하산 인사'로 이동수 전 KT IMC본부장(전무)이 몸담았던 KT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 전 전무는 차씨와 함께 광고제작사 영상인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광고 전문가로 KT 입사에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3만3000원에 거래되던 KT는 연이은 하락세로 보름여 만에 3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방산주는 최씨가 차기 전투기(F-X) 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트럼프' 수혜주로 거론되며 급등하는 등 정치적 변수로 춤을 추고 있다.
LIG넥스원은 전투기사업 의혹이 불거진 이달 초 연이틀 5~6% 급락했다가 '트럼프 수혜주'로 거론되며 반등하는 등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 또한 전투기 사업 의혹이 불거진 10월 말~11월 초 연일 4~5% 하락세를 보이다가 미국 대선 즈음 급등했다. 한화테크윈 또한 전투기사업 의혹이 불거진 지난 1일 20% 이상 폭락했다가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