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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을 읽다-피플]"극한 상황 극복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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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월동하는 임정한 4차 월동대장

▲임정한 대장

▲임정한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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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과학기지(남극)=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그는 쾌활했다. 늘 웃는 얼굴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앞으로 닥칠 극한 상황에 대한 긴장감은 숨길 수 없었다.

"안전이 가장 우선이다. 그것만 우선 생각하려 한다."
올해 11월부터 내년 11월까지 장보고 과학기지(이하 장보고)에서 1년을 보내야 하는 임정한 제4차 월동연구대장(51세)의 말이다. 임 대장은 지난 5일 우리나라를 출발해 8일 장보고에 도착했다. 장보고에 도착한 임 대장은 "생각했던 것 보다 좋아 보인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던졌다.

임 대장은 세종 과학기지에서 여러 차례 연구 활동을 수행했다. 정보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임 대장은 "세종 과학기지는 이끼도 있고 여러 동물도 볼 수 있다"며 "반면 장보고는 매우 건조해 생물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남극을 경험하면서 그에게는 잊지 못하는 기억이 많다.

그 첫 번째가 '화이트 아웃(White Out)'이다. 임 대장은 "안개가 갑자기 엄습하고 주변이 온통 하얗게 보이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것을 '화이트 아웃'이라고 한다"며 그 위험성을 전했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것은 '블리자드(Blizzard)'이다. 눈이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눈이 얼굴을 거침없이 때린다. 얼굴이 금방 얼어붙는다고 했다. 임 대장은 "화이트 아웃과 블리자드를 경험해 보면 남극의 참맛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임 대장은 16명의 대원과 함께 장보고에서 1년을 지내야 한다. 장보고는 3~9월까지는 외부 왕래가 차단된다. 5월~8월까지는 극야 기간이 찾아온다. 해가 뜨지 않고 캄캄한 밤이 계속되고 바깥에는 거침없이 바람이 불어온다. 이때 기온은 영하 30도를 오르내린다. 기지 바깥으로 나갈 수도 없다. 극한 환경에서 장보고를 지켜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임 대장은 "장보고는 극야와 백야가 약 100일 동안 반복되는 등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대원들의 정신적 안정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생체 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무엇보다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서로 배려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번 월동기간동안 관심가지는 것이 있다. 장보고 전체 시설에 대한 점검을 통한 효율성과 시스템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임 대장은 "장보고는 이제 4년차에 접어든다"며 "그동안이 준비와 적응 기간이었다면 4년차를 맞는 지금은 시스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누가 와도 매뉴얼과 시스템에 따라 운영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출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월동대원들을 뽑기 위해 직접 인터뷰하고 오기 전부터 서로에 대한 믿음을 키웠다"며 "극야 기간에 대원들의 심리가 불안정해질 텐데 서로를 배려하면서 굳건히 헤쳐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응급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임 대장은 고민하고 있다. 장보고 월동대원에는 의료진 1명이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응급상황에서는 현재 뾰족한 대책이 없다.

임 대장은 "근처에 있는 이탈리아 활주로를 이용하거나 미국 맥머도 기지를 통하는 것 등 응급상황에 대한 매뉴얼도 염두에 둘 것"이라며 "앞으로 1년 동안 대원들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5차 월동대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장은 "장보고는 남극 내륙으로 들어가는 베이스"라며 "남극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대원들과 건강히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1965년 생인 임 대장은 경희대에서 식물생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에 해양연구소에 입사했다. 2004년 극지연구소가 만들어지면서 입사했고 세종 과학기지 등에서 10여 차례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장보고 과학기지(남극)=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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