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을 심사한 금융감독원조차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2001년 12월 자살 및 자해관련 약관을 정비해달라는 보험업계의 건의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보험업계는 2004년에도 비슷한 건의를 했지만, 금감원은 당시에도 문제 삼지 않고 넘겼다. 이후 금감원은 2005년 자살보험금을 지급해달라는 소비자의 분쟁 신청에 금감원 산하 분쟁조정위원회가 소비자 손을 들어줬을 때도 이 약관의 오류를 놓쳤다. 보험사만큼 금감원의 책임론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약관을 그대로 베낀 보험사들의 잘못이 크지만 이를 승인해 상품인가를 내준 금감원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며 "금감원이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이후 보험업계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대응이었다. 금감원이 표준약관을 고치기 전 까지 팔린 상품은 282만여건에 달했다. 2013년부터 국회ㆍ시민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일부 가입자와 보험사간 자살보험금 지급을 놓고 법정소송까지 벌였다. 이는 대법원까지 확대됐다. 대법원은 지난 5월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살보험금 판결과 관련해 '특약은 유효하되 소멸시효가 지났다면 주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을 일관되게 내놓으며 법적 논쟁 자체는 일단락시켰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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