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올해 초 갑작스런 대중(對中) 외교 변화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 PC 파일에서 출범 초기 외교 문서가 일부 공개된 상황에서 앞으로 한국 외교의 '민낯'이 드러날 지 주목된다.
현 정부의 대중 정책에 참여를 했던 관계자는 27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최근 외교적 사안에 대한 최순실 씨 관련 보도를 보면서 그 동안 일관성 없었던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정책이 드디어 이해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는 작년까지만 해도 한중 관계가 '역대 최상'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최대 외교 성과 중 하나로 홍보했다. 작년 9월 3일 박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ㆍ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 현장에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망루에 서 열병식을 지켜보는 장면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한국 외교의 핵심인 한미 관계에 균열을 줄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미국 방문 계획을 전승절 참석보다 먼저 발표하는 등 대미 설득 외교를 통해 전승절 참석을 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작년말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전격 이뤄진 뒤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정세는 급변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과 함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를 밀어붙였다. 결국 현재 한중 관계는 지난한 냉각기로 접어들게 됐다.
한편 연일 민감한 외교 문건이 비선 라인을 통해 흘러간 정황이 구체화되는 상황에서 외교부 당국자들은 "관련된 어떤 내용도 답할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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