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지난달 1일 신청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한진해운이 우리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고려한 신속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유동성이 바닥난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없이 시작된 법정관리의 후폭풍은 처참했다.
이런 가운데 한진해운은 미국 롱비치터미널 매각 작업에 들어갔다. 한진해운은 21일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매각 추진 보도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회생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자회사인 TTI 지분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전문자문사 선임에 대한 법인의 허가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롱비치터미널은 롱비치 항만 내 최대 규모로 연간 300만TEU(1TEU=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이상의 화물 처리 능력을 갖췄다. 아시아~미주 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한진해운에는 가장 핵심이 되는 자산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법원은 내달초께 한진해운의 잔존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지는 실사를 마무리하고, 25일까지 한진해운의 회생계획안을 받아 이를 바탕으로 회생 절차를 유지할지를 다시 판단한다.
시장에서는 한진해운이 이미 청산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의 생사를 결정지을 실사보고서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손발을 잘라내는 자산매각과 인력조정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사의 핵심 경쟁력은 노선 영업망과 인력인데 한진해운은 이같은 핵심 자산을 모두 매각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여기에 1만TEU급 이상의 대형선박까지 모두 내다판 뒤 한진해운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처분으로 회수한 금액을 채권자에게 분배하고 채무를 해결하는 자산 처분과 분배 절차가 끝나면 회사가 해산되는 청산형회생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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