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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탐진강에서 부치는 편지 4

최종수정 2016.10.14 23:12 기사입력 2016.10.14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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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수 장흥부군수"

서은수 장흥부군수

서은수 장흥부군수

지난 10월 7일 장흥국제통합의학박람회장 주제관에서 ‘제6회 한국문학특구포럼’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등단 50주년을 맞는 한승원 작가의 문학세계를 조명하고 기념하는 자리로 채웠습니다. 대회장을 맡은 이승우 작가는 환영사에서 말했습니다. "50년 동안 작가로 살았다는 것은, 다만 50년 전에 작가가 되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50년 동안 작가의 일, 즉 창작을 쉬지 않고 해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는 사람이 소설가라고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 지역의 역사는 단순한 시간과 숫자를 뛰어넘어 끈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쉬지 않고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언어, 생활습관, 놀이, 음식, 행동방식 등 다양한 창작활동의 여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이 여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직자가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이 공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승우 작가는 또 환영사 마무리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장흥에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마땅하고 기꺼운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선생에게 기꺼운 일이거니와 장흥에게도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땅은 한승원이라는 작가를 낳았지만 작가는 이 땅을 거듭 낳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땅이 작가에 의해 거듭 태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장흥이라는 땅이 우리를 낳았지만 우리는 이 땅을 거듭 발전·진화시켜왔습니다. 이 땅은 우리들의 노력과 헌신 속에서만 생명력을 키울 수 있는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이제 탐진강에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벚꽃나무 잎은 완전히 진채 앙상한 속살을 보이며 내년 봄을 준비하고 있고, 뜨겁게 한여름을 보낸 백일홍꽃도 이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제 곧 탐진강은 조용히 밤안개로 덮이고 새벽이슬도 맺힐 것입니다. 어느새 무서리가 내리며 시냇물 소리 고요한 11월의 밤도 달려올 것입니다.
지난 일요일 장흥 천관산 억새제가 있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또 한 차례 비가 그친 후 파란 하늘과 가을바람으로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약 1시간 가량 걸어 올라간 정상에는 은빛 억새가 바람 속에서 춤추었습니다. 이 시간을 그리워한 많은 등산객들이 줄을 지어 정상까지 왔습니다. 해발 723미터의 천관산은 지리산, 내장산, 변산, 월출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으로서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합니다. 신라 김유신이 소년 시절에 사랑한 천관녀가 숨어 살았던 산이라는 전설도 있습니다.

천혜의 기암괴석과 한 폭의 그림 같은 다도해 풍경을 간직한 천관산은 1998년 전라남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은빛 억새밭에서 저 멀리 푸른 바다와 섬들을 바라봅니다. 지중해의 섬보다 아름답다는 남도의 보물, 다도해입니다. 고개를 돌리면 황금벌판입니다. 노란색 들판은 파란 바다와 대조를 이룹니다. 농어업인들의 땀과 숨결을 담은 색입니다. 그렇습니다. 저 색들은 올 한 해를 열심히 달려온 우리들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빚어낸 색의 향연에 흠뻑 취하였습니다. 저 멀리 조그마한 마을의 빠알간 지붕 색깔 또한 정겹게 다가옵니다. 농어촌의 마을과 담장, 지붕색깔도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문득 우리보다 일찍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의 어느 지자체의 얘기가 떠오릅니다. 인구감소와 지역경제 축소에 직면하여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이야깁니다. 대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산자락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농촌으로 찾아온다고 합니다.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농촌이 가진 산, 들, 바다, 나무, 꽃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자체가 도시인들에게 하나의 쉼터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 관광인프라 수준은 너무 열악합니다.

국내를 찾는 외국인보다 국외로 나가는 내국인들이 더 많은 실정입니다. 국내를 찾는 외국 관광객 또한 서울과 제주도에만 집중되고 이마져도 면세점 위주의 쇼핑으로 다국적 브랜드 상품 판매에만 치중하는 현실입니다. 외국 관광객을 맞을 호텔과 식당도 취약하며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우리의 준비도 부족합니다.

남도의 바다와 섬은 귀중한 관광자원입니다. 천관산 앞에 펼쳐진 파란 바다위에 떠있는 작은 섬들, 이것은 장흥만이 가진 값진 보배입니다. 이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 폭의 남도의 바다를 볼 수 있도록 관광자원화 할 때입니다. 접근성을 개선해야 합니다.

관람객들이 쉽게 천관산에 올라 하늘과 바람, 억새, 나무, 바다, 섬 등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역에도 사람이 넘쳐나고 생기가 돌 수 있는 또 하나의 전기를 마련하기를 희망합니다. 이것이 진정 장흥이 추구하는 휴식과 치유의 문화·관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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