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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탐진강에서 부치는 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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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수 장흥부군수"

서은수 장흥부군수

서은수 장흥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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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뜨거운 여름입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시작되는 탐진강변을 걷습니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드러냈던 벚꽃 나무길입니다. 어둠이 찾아오는 탐진강변의 저녁은 한가롭고 평화롭습니다. 멀리서 정남진 물축제장을 가득 메운 함성이 들려옵니다. 더위를 피해 장흥의 맑고 시원한 물을 찾아 전국 각지에서 온 방문객들로 붐비는 물 축제장을 바라봅니다.
9회째를 맞이하는 금년 물축제는 방문객들의 편의와 다채로운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 제공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 동안 아쉬움이 많았던 방문객 그늘 쉼터를 곳곳에 준비하였습니다. 작년까지 장흥 주민들만이 참가하였던 수상 줄다리기도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방문객들도 탐진강 물속으로 들어가 시원한 수상 줄다리로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장흥 물축제의 백미는 살수대첩입니다. 군민회관에서 중앙로를 거쳐 탐진강변에 이르는 살수대첩은 전국 각지의 대학생·외국인 등 관광객과 장흥군민 6천여명이 참가하여 모두 하나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금년 행사에서는 물이 가진 생명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근원이 바로 장흥임을 뜻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하였습니다. 청정 탐진강 물로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복, 평화를 기원하는 시간으로 스토리텔링 한 것입니다.

멀리서도 저녁 축제장의 함성이 들려오고 그 열기가 아직 뜨겁게 느껴집니다. 그 뜨거운 에너지 속에서 문득 우리가 꿈꾸는 지역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산과 들, 바다 등 청정 장흥의 미래 말입니다. 외부와 사람·자본이 교류되어 활기 넘치고 따뜻한 지역 공동체 말입니다. 장흥의 산과 들에서 생산되는 청정 농수산물을 기반으로 지역 산업이 발전하여 농어민이 행복하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지역이어야 합니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다양한 재능과 끼를 가진 청소년들이 그들의 건강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다문화가족, 저소득층 등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이 소외되지 않고 공동체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지역 공동체여야 합니다. 우리 선조들의 시간이 녹아있는 장흥의 문화를 계승·발전시키고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즐겁게 운동하고 여가 활동을 하면서 주민이 화합하는 건강한 공간이여야 합니다. 천혜의 자연 경관을 살리면서 휴식과 치유의 문화 관광을 발전시켜 음식점, 숙박업 등 지역 서비스업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가야 합니다.
이런 목표를 향한 우리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 여정 가운데 좋은 결실도 있었습니다. 정남진 토요시장과 편백숲 우드랜드입니다. 10년 전 우리는 공직자들이 앞장서고 전 군민들이 참여하여 문화관광형 토요시장을 국민들에게 성공적으로 선 보였습니다. 한해 100만명의 관광객이 ‘장흥 삼합’을 먹기 위해 시장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하여 매출액이 10배 이상 성장하였습니다. 지역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한해 20만명이 찾는 우드랜드는 아버지 세대들이 피땀흘려 가꾼 편백숲을 우리 시대 훌룡한 치유·관광자원으로 성장시킨 지혜의 산물입니다.

목표를 향한 우리의 항해에서 도전과 시련도 있을 것입니다. 국가적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장흥의 인구감소와 노령화 또한 심각합니다. 지역공동체가 작아지고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있습니다. 200-300세대 수준의 중소형 아파트 2개가 건립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이 아파트 입주 수요는 어디에서 오는것인가?”입니다.

현재 2만명의 수준의 장흥읍 인구에서 감당할 수요가 아닙니다. 이 수요는 상당부분 장흥 지역 9개 면 지역에서 오고 있습니다. 일부는 자녀 교육을 위해 일부는 편안한 노후를 위해 지금까지 평생 살아온 보금자리를 떠나 읍으로 이사를 희망 하고 있습니다. 결국 장흥읍에서 9개 면지역의 인구를 흡수하는 형국입니다. 장흥의 물리적 공간은 줄지 않지만 삶의 공간을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수도권이 지방의 인력을 계속 흡수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우리지역에 재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안타깝지만 우리 시대,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이제 어둠에 잠긴 탐진강변을 걷고 있습니다. 저 멀리 억불산과 사자산, 제암산자락이 달빛에 잠겨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여정을 쉬지 않고 이끌어온 원동력을 생각합니다. 그 힘은 희망이었습니다. 내 자식과 이웃들이 이 땅 위에서 평화롭고 건강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소박한 희망 말입니다. 활력 넘치는 이 땅 위에서 모두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 말입니다. 우리 부모에서부터 자식 세대까지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고 있는 희망 말입니다. 그 희망을 가슴에 품고 우리의 내일을 힘차게 열어갈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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