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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하는 일본

최종수정 2016.10.06 11:27 기사입력 2016.10.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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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까지 미혼 인구 2010년 16%…초혼 연령도 갈수록 늦어져 남 31.1세, 여 29.4세

일본에서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날로 늘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태어나는 아기가 준다는 뜻이다(사진=블룸버그뉴스).

일본에서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날로 늘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태어나는 아기가 준다는 뜻이다(사진=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일본인 남녀의 결혼 연령이 늦춰지고 있다. 심지어 아예 결혼하지 않는 이도 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1970년 이래 현지 남녀의 첫 결혼 연령이 각각 4.2년, 5.2년 늦춰져 31.1세, 29.4세를 기록했다. 50세가 되도록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인구는 1970년 5%에서 2010년 16%로 늘었다.
서양의 경우 결혼하지 않은 인구가 느는 대신 동거 커플이 급증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커플은 1.6%에 불과하다. 인구 감소ㆍ고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에서 결혼하지 않는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태어나는 아기가 준다는 뜻이다.

게다가 혼외정사로 태어나는 일본 아기는 전체 아기의 겨우 2%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40%에 이른다.

결혼하는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진데다 이들이 사회적 성공을 꿈꾸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으며 옛날과 달리 가족을 유일한 삶의 충족 수단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결혼하면 으레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임신을 늦추고 싶은 여성이라면 아예 결혼부터 늦추게 마련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대다수 일본인은 결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86%, 여성의 89%가 결혼하기를 원했다.

결혼의 걸림돌은 경제적인 문제다. 여성은 결혼 상대로 경제적 기반이 탄탄한 남성을 원한다. 남성 역시 탄탄한 경제 기반을 갖췄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경기악화로 많은 젊은이가 임시직에 발이 묶여 탄탄한 경제 기반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 임시직에 발목이 잡힌 남성은 정규직 남성보다 결혼할 확률이 낮다.

여성은 반대다. 결혼하지 않을 확률은 임시직 여성보다 정규직 여성이 높다. 직장 여성에게 결혼의 걸림돌은 결혼에 따른 전통적인 의무감이다. 직장일과 집안일ㆍ육아를 병행한다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남편은 부인에게 직장을 포기하라고 권유하곤 한다.

게다가 일본인 부부들은 집안일을 동등하게 분담하지 않는다. 일본의 기혼 남성이 집안일과 육아에 쏟아 붓는 시간은 하루 겨우 1시간 7분이다. 미국인 기혼 남성의 경우 3시간, 프랑스인 기혼 남성은 2시간 30분이다.

결혼 상대를 만나기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 흔했던 '오미아이(お見合いㆍ맞선)'는 요즘 그리 흔치 않다. 좋은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지금 대학생들은 여가 시간에 취업준비 활동으로 여념이 없다. 직장인은 장시간 근무에 시달린다. 일부 남성은 사회성이 결여된 나머지 짝을 적극적으로 찾으려 들진 않는다.

눈높이도 문제다. 일부 남녀는 환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파트너를 원한다. 아니면 '세 평균'에 맞는 짝을 찾으려 든다. 적어도 자기의 결혼 상대는 평균 수입, 평균 외모, 평균 교육수준 이상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본 여성들의 출산율이 계속 떨어진 것은 이처럼 결혼 상대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 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1970년 2.13명에서 현재 1.42명으로 떨어졌다.

결혼 안 하는 일본

일부에서는 사회로부터 고립된 사람과 이른바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이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패러사이트 싱글이란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대개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한 가운데 일정한 직업 없이 일용직ㆍ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20~30대 독신자를 일컫는다.

국가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순 있다. 그러나 사회통합을 위해 애쓰는 민간단체ㆍ지역사회의 활동은 계속 약화해왔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한때 끈끈했던 근로자와 기업의 관계 역시 느슨해졌다.

패러사이트 싱글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주오(中央)대학 문학부의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교수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가진 회견에서 "이들의 부모가 사망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심히 걱정된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일본에서 장기간 자기 집이나 방에 처박혀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ㆍ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일본 내각부는 일터나 학교에 가지 않고 6개월 이상 가족 외 사람들과 거의 교류하지 않은 채 혼자 집에서 지내는 15∼39세 남녀가 54만1000명으로 추산된다고 지난달 7일 발표했다. 이는 그나마 2010년 조사 당시 69만6000명에서 15만5000명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히키코모리 기간이 7년 이상인 이가 많고 35세 이후 히키코모리 생활을 시작하는 이가 느는 등 장기화ㆍ고령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둔형 외톨이 중 63%는 남성이다.

전문가들은 히키코모리 연령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부모가 사망하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해 사는 은둔형 외톨이는 부모 사망 이후 생활이 어려워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사회와 단절된 채 만화ㆍ게임 등에 푹 빠져 사는 이를 '오타쿠(おたく)'라고 부른다. 일본의 싱글들 가운데 오타쿠나 히키코모리가 아닌데도 이성친구를 사귀지 못한 이들이 많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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