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공산품·일회용품까지 가맹점에 물품 구입 강제

서울시, 49개 가맹본부 소속 1328개 프랜차이즈 가맹점 실태조사 결과 발표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 치킨업종 가맹본부 A사는 주류·음료 대리점, 폐유(식용유) 수거업체를 가맹본부가 지정한다. 가맹계약상 가맹점주가 임의로 주류 대리점 및 폐유 수거업체를 교체할 경우 물류공급 중단 또는 가맹계약 해지 사유로 규정한다.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광고비를 가맹본부가 전부 부담한다고 가맹점사업자들에게 통보한 후 일방적으로 가맹점에 공급하는 '닭고기'에 봉지 당 2000원씩 광고비를 청구했다.

# 김밥 가맹본부 B사는 시중에서 3만2520원에서 3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OOO씻어나온쌀(20㎏)'을 가맹점사업자들에게 5만600원에 공급해 30% 이상의 중간이득을 취했다.

서울시는 49개 가맹본부에 소속된 서울시 소재 1328개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대한 '프랜차이즈 필수구입물품 실태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설탕, 식용유, 젓가락 등 시중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물건까지도 필수구입물품으로 지정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 구매하거나 본부가 지정한 업체에서 사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 따르면 가맹본부를 통한 가맹점 원·부자재 구입 비중은 87.4%에 달하며 실태 조사 응답자의 74.7%는 "가맹본부로부터 공급 받아야 하는 필수 구입 물품 중 공산품과 같이 시중에서 구입해도 상품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품목이 있다"고 답변했다.

필수구입물품은 가맹본부 또는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업체로부터만 구입해야하는 물품으로 특정한 거래 상대방과 거래하지 않으면 상품 또는 용역이 동일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한다.

특히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는 필수구입물품의 가격은 시중 가격과 비교해 볼 때 '비싸다'는 응답이 87.5%로 가장 높았다. 시는 본부 공급 원·부자재와 동일한 상품을 시중에서 구입할 경우 월 평균 구매비용 절감 예상액은 110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응답자 3명 중 1명은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광고비 전가가 61.4%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리뉴얼 강요(22.8%), 영업지역 침해(22.1%), 밀어내기(20.4%) 순이었다.

시는 실태 조사 과정에서 정보공개서에 필수구입품 물품 내역을 누락하는 등 부실 기재한 것이 확인된 10개 가맹본부와 불공정거래 행위가 의심되는 3개 가맹본부 등 총 13개 가맹본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또한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해 필수 구입 물품의 명확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는 관행 개선을 위해 '버거킹 구매 협동조합(RSI·Restaurant Services Inc)'과 같은 가맹점주 구매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동록 시 경제진흥본부장은 "원·부자재 및 물류 공급비용이 투명하지 않은 관행이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산업의 불공정관행을 개선하고 상생협력하는 경제민주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주기적인 모니터링 실시 및 관계 법령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