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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선진국 통화정책 어디까지?

최종수정 2020.02.01 22:57 기사입력 2016.09.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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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교수

김영익 서강대 교수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 주요국들은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다. 이에 따라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아직도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으로 수요를 부양하는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 결국에는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 유효기간이 있는 전자화폐까지 발행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민간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으로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정부는 지출을 크게 늘려 경기를 부양했다. 이러한 재정정책이 경기 회복에 기여했으나, 이 과정에서 정부는 부실해졌다. 예를 들면 미국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에는 64%였으나, 2012년 이후로는 100%를 넘어섰고 올해 1분기에는 106%에 이르고 있다. 일본 정부 부채는 최근 GDP의 250%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더 이상 돈을 쓰기 쉽지 않다는 증거이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통화정책은 더 적극적이었다. 일본이 0%대 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이 5.25%인 연방기금금리를 0~0.25%로 급하게 내렸다. 이도 모자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양적 완화를 통해 3조달러 이상의 본원통화를 공급했다. 이에 따라 주가와 집값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도 증가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

그러나 아직도 선진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한다. 선진국 중에서 경제 회복 속도가 가장 빠른 미국 경제에도 2분기 현재 실제 GDP 성장률이 잠재 GDP보다 2% 정도 낮다. 쉽게 말하면 미국의 공급 능력이 수요를 2% 정도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경제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은 더 심하다. 2분기 미국 GDP가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8년 2분기보다 11% 증가했으나, 일본과 유로존 GDP는 1~2% 늘어난 데 그쳤다.

초과 공급을 해소하려면 공급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있거나 수요가 더 늘어나야 한다. 공급 측면에서 각 산업은 존재하지만, 그 산업 내에 기업 수가 줄어들면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진해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구조조정은 고용 감소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단기로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정책 당국이 수요를 더 부양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책 수단이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미 정부는 부실해져 더 이상 돈을 쓰기 어려운 상태이고, 장기간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금리의 소비 증대 효과도 줄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시간 선호율이 낮아지면서 현재의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 경제이론인데, 저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오히려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우면서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새로운 정책 조합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머지않아 일본 정부는 ‘헬리콥터 머니’로 대응할 전망이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중앙은행이 이를 사주고, 정부는 여기서 나온 자금으로 국민들 계좌에 돈을 넣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가계가 소비를 늘리면서 경제가 회복되고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일부 벗어날 수도 있다. 유로존도 마찬가지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가계가 소비를 지속해서 늘리지 않을 수 있다. 일본 정부가 가계에 상품권을 주고 소비를 유도한 적이 있었는데, 일부 소비자가 상품권을 현금화한 것처럼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블록체인' 등을 활용해 정부가 유효기간이 있는 전자화폐를 발행해 가계에 나눠주는 방법까지 고려할 수 있다. 즉, 정부가 전자화폐를 가계에 지급하고 유효기간이 지나도록 사용하지 않으면 환수하는 방식이다. 이런 전자화폐가 발행되면 통화정책 효과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이다. 그동안 보지 못한 통화정책이 나올 만큼 현재 선진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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