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GMO 20년]노벨수상자들의 '수상한' GMO 공개지지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과학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다

▲113명의 노벨 수상자들이 GMO 공개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113명의 노벨 수상자들이 GMO 공개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두고 노벨 수상자들이 공개 지지선언을 했다. 논란이 되고 있다. 113명의 노벨수상자를 비롯해 5967명 과학자와 시민들은 GMO 지지 사이트인 'SupportPrecisionAgriculture'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1972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리언 쿠퍼(Leon Neil Cooper)를 비롯해 201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폴 모드리치(Paul Modrich)에 이르기까지 물리, 화학, 생리의학, 경제, 평화상 등 다양하다. 대부분 화학, 물리, 생리의학상을 받은 이들이 중심이다. 유일하게 노벨평화상을 받은 한 사람도 포함됐다. 199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동티모르 독립운동가 라모스 오르타(Jose Ramos-Horta)도 지지 서명을 했다.
이들은 GMO 지지 홈페이지에서 세 가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첫째 'GMO는 안전하다(GMOs are safe)'고 단언했다. 둘째 'GMO는 녹색이다(GMOs are green)'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GMO는 규모가 작은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중요하다(GMOs are especially important for small farmers)'고 주장했다.

GMO의 안전성에 대해 113명의 노벨수상자들은 "인류 역사상 GMO는 다른 그 어떤 식품보다 안전하다"며 과학적 공감대를 통해 이 같은 인식에 도달했다고 자신했다. GMO는 규모가 크든 작든 그동안 환경에 영향을 적게 미치면서 작은 땅에서 더 많은 식품을 재배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2014년 1억8150만 헥타르에서 28개국의 1800만 명의 농부들이 GMO를 재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벨수상자 113명은 GMO 공개 지지선언을 하면서 GMO를 반대하는 시민단체(그린피스 등)를 향해 "당장 GMO 반대운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를 향해 'GMO는 안전하고, 그린이며, 소작농에게 중요하다'는 절대 진리를 받아들이라는 경고처럼 해석된다.
자신들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노벨상수상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말은 '절대 진리'라는 것처럼 받아들이라고 주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는 'GMO가 안전하다'고 못 박은 것이나 다름없다. 매우 위험하고 위태로운 발상이다.

과학은 결론을 내는 작업이 아니다. 과정을 밟는 게 과학이다. 당대에 진리로 받아들여지더라도 후대에 이르면 새로운 이론이 나오는 게 과학이다. 과학에 '절대 진리'란 있을 수 없다. 이전에 만든 과학적 성과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노벨상을 받았다고 전 세계 시민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정했으니 따라와!"라고 윽박지를 수 있는 게 아니다. GMO의 안전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GMO는 1996년 상업화됐다. 올해 정확히 20년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한 쪽에서는 '20년 동안 인류가 먹어왔으니 GMO는 안전하다'는 입장이 있다. 관련 논문도 수두룩하다.

다른 쪽에서는 '아직 GMO가 안전하다는 그 어떤 명확한 증거도 없다'는 주장이다. GMO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다. GMO 안전성 문제는 결론에 이른 게 아니라 과정에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GMO에 대한 전면표시제 도입이 주요 이슈 중 하나이다. GMO의 안전성을 신뢰하고 있는 이들에게 "그럼 GMO라는 표시를 하자"고 제안하면 이들은 "GMO는 안전한데 뭐 하러 표시를 하느냐"고 반문한다. 이상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들이 돈을 주고 사 먹는 식품에는 그 어떤 형태로든 제조과정과 영향성분이 표시된다. GMO든, 또 다른 식품이든 그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기본의 기본이다. 관련 정보를 보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이 같은 기본권마저 무시한다면 GMO에 대해 전 세계 소비자들은 여전히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GMO가 안전하다'고 공개지지 선언에 나선 113명의 노벨수상자들은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GMO가 안전하다고 외치기 전에 "GMO는 안전하기 때문에 GMO 제품이라는 것을 전면 표시하자"고 말하는 게 오히려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노벨수상자들의 영향력 있는(?) '공개 지지'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송파구 송파(석촌)호수 벚꽃축제 27일 개막

    #포토PICK

  •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제네시스, 네오룬 콘셉트 공개…초대형 SUV 시장 공략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 용어]건강 우려설 교황, '성지주일' 강론 생략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