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도 누진제로" 목소리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문을 닫고 있으면 매장 방문객 수가 절반으로 주는데 우리도 먹고 살아야죠."
서울 낮 최고기온이 34.8도까지 오른 10일 오후 2시. 폭염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서울 명동 중심거리에 있는 상가 대다수는 '개문냉방(開門冷房)' 영업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부가 문열고 냉방 영업을 하는 행위에 대해 단속하는 첫날임에도 명동 상가의 에너지 낭비 실태는 여전했다.
은행과 커피숍을 제외한 아리따움·잇츠스킨 등 화장품 브랜드숍부터 탑텐 등 제조ㆍ유통 일괄화(SPA) 브랜드, ABC마트 등 신발브랜드 매장, 아디다스 스포츠 매장 등 손님 회전율이 빠른 매장은 대부분 문을 열어뒀다. 단속 첫날은 계도 차원으로 적발돼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아서인지 상점은 아랑곳 하지 않고 배짱영업을 하고 있었다. 화장품 매장 직원은 "명동은 점포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문을 열지 않으면 손님들이 들어오질 않는다"면서 "단속시간대만 피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문이라 손님이 들어올때마다 수시로 열고 닫히는데, 사실 문을 열어놓는게 전기세가 덜 든다"면서 "지나가던 손님들도 냉기가 느껴지면 한 번 이라도 들러 돌아본다"고 덧붙였다.
과태료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11일부터 정부는 업소가 문을 열고 냉방영업을 하다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처음 적발되면 경고조치를 받고, 적발 횟수에 따라 과태료가 100만원씩 올라간다. 단속대상은 냉방기를 가동한 채 자동 출입문을 열거나 수동출입문을 고정해 개방해놓은 행위를 하는 업소다. 신발 편집숍 매장 관계자는 "4번 이상 걸려야 과태료가 300만원인데, 솔직히 단속에 걸려도 문열고 영업해 더 많이 파는게 남는 장사"라고 귀띔했다. 문을 열어놓으면 문을 닫고 냉방할 때보다 3~4배의 전력이 사용된다며 정부가 실시한 제재는 솜방망이인 셈이다.
명동을 지나가던 직장인 김지영(40ㆍ여)씨는 "누진제로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집에서 에어컨 트는 것도 자제하고 있는데, 명동은 문열어놓은 상가에 접근만 해도 서늘한 기운이 든다"면서 "명동 뿐만 아니라 대부분 쇼핑몰도 겉옷을 입지 않으면 추울 정도로 냉방을 틀어놓는다"고 지적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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