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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열대야보다 무서운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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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熱帶夜)의 위력은 강력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니 두통까지 밀려온다. 자기 전에 에어컨을 틀어 편안한(?) 잠자리에 든 것 같은데 현실은 아니었다. 에어컨이 꺼지고, 본격적인 열대야 공습이 시작되자 침실은 '한증막'으로 바뀌었다.

낮부터 이어진 '더위 피로'는 밤에도 가시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더위 탈출 묘안(妙案) 짜내기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지난 토요일 한낮의 찜통더위를 피하고자 '작전'을 준비했다. 가만히 있어도 줄줄 흐르는 땀, 지친 몸을 달랠 공간이 필요했다. 시원하면서도 습도도 낮은 쾌적한 곳,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대형마트가 떠올랐다.
드넓은 주차공간과 편안한 쇼핑환경, 게다가 시원하기까지 한 그곳을 향해 차를 몰았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 비슷했던 것일까. 주차 대기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차 안 풍경도 대부분 비슷했다. 가마솥더위를 피할 공간을 찾아 가족 전체가 길을 나선 것이다.

어렵게 주차를 한 뒤 대형마트에 들어섰지만, 쇼핑은커녕 이동조차 어려웠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그곳을 찾은 까닭이다. 수많은 사람이 내는 소음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대형마트보다 조용한 공간은 없을까. 다음날 작전 변경을 불가피했다. 시원하면서도 조용한 공간, 어렵지 않게 답을 찾았다. 책장 넘길 때도 조심하는 공간, 바로 도서관 아닌가. 일요일 아침 일찍 시립 도서관을 찾았지만, 풍경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도서관 단골인 각종 고시 준비생, 공무원시험 준비생은 물론 미취학 아동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사람이 그곳을 찾았다. 소설책이나 만화책 1~2권을 들고 와서 독서를 하거나 잠을 청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피서지'로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열람실 좌석은 금방 포화상태가 됐다. 도서관 역시 대형마트보다 소음만 덜할 뿐 사람에 치여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더위를 벗어나고자 진풍경이 펼쳐지는 이유는 해도 해도 너무한 더위 때문이다.

올해가 가장 심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끝판왕'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1994년은 각종 더위 기록을 갈아치운 해다. 서울을 기준으로 '열대야 지속일수' 1위는 바로 1994년으로 그해 7월17일부터 8월9일까지 24일간 열대야가 이어졌다.

올해 열대야 지속일수는 7일이 최장 기간이다. 역대 여름철 낮 최고기온 1위부터 5위까지도 모두 1994년 작성된 기록이다. 올해도 무더운 것은 분명하지만, 1994년보다는 견딜만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그때보다는 선선하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당장 오늘 밤 열대야 걱정이 앞서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열대야만큼이나 무서운 또 다른 공포도 기다리고 있다. 평소보다 에어컨 사용량이 많은 올해, 전기요금 고지서에 얼마가 찍혀있을지 상상조차 안 된다. '누진제 요금 폭탄'이 담긴 고지서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기분은 혼자만의 경험일까.

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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