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대대적으로 조합의 운영실태를 들여다본 것은 부조리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에 시ㆍ구청 등 공공이 개입하는 건 꾸준한 지도ㆍ감독에도 부조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사업장의 경우 사업단위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조합 운영과정에서도 상당한 이권이 얽혀있다.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주먹구구식 일처리가 여전한데다 그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거나 비용이 부풀려져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입게 될 피해가 큰 것으로 시에서는 보고 있다.
서울시 점검자료를 보면, A 조합은 지난해 말 기준 8117만원을 갖고 있었다. 서울시 정비사업조합 예산ㆍ회계규정에 따르면 조합은 원칙적으로 현금을 보유할 수 없으며 부득이한 경우 50만원 이내로 가질 수 있다.
월급을 받는 조합 상근임원에게 회의참석 수당을 줄 수 없는데도 이사회 회의 수당으로 700만원을 지급한 조합도 이번 점검에서 적발됐다. 이밖에 사업비를 집행할 때 간이영수증으로 처리하거나 조합장 교체 시 따로 인수인계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조합, 대의원회 인준을 받지 않고 유급직원을 채용한 조합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 관계자는 "지적사항 대부분이 관행적으로 해온 부조리로 고발이나 수사의뢰할 경우 범죄자를 대량 양산할 우려가 있어 시정지시, 행정지도ㆍ교육 등을 톨해 유도해왔다"면서도 "조합에 면죄부만 줬다는 여론이 있어 기존에 점검했던 조합이 다시 적발되면 수사의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속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허가 키를 쥔 구청장이 점검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도정법 개정안도 다시 추진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계류됐다 회기가 끝나 처리되지 못한 만큼 다시 개정안을 마련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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