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詩]쌍칼이라 불러 다오/윤성학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쌍칼,

 그의 결투는 잔혹하다
 어지간히 무거운 상대라도
 높이 들어 올리면
 전혀 맥을 추지 못한다
 지게차의 작업은 그렇게 냉정하다
 일말의 동요도 없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상대의 중심 깊숙이
 두 개의 칼날을 밀어 넣는다
 아무 표정 없이 들어 올린다
 그의 무게중심을 흩뜨리지 않는다
 그를 자신보다 높이 추켜올린다
 쌍칼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완벽한 전술이다
 그를 오래 보고 있으면
 결투의 원리를 알 것 같다

 
 능글맞은 시가 있다. 이 시가 그렇다. 이 시는 세상의 어떤 이법을 전한다. 그것은 "결투의 원리"다. '상대의 가장 낮은 곳을 찾아 그곳에 두 개의 칼날을 밀어 넣어라. 그리고 자신보다 높이 추켜올려라. 상대가 아무런 의심 없이 희희낙락거리고 있을 때, 바로 그때, 번쩍 들어 올려라.' 참으로 쉽고 그럴듯하지 않은가. 쌍칼이여, 우리 그대를 까맣게 잊고 지내는 동안 그대는 드디어 검신의 경지에 올랐구나. 적은 쓰러졌으되 그대의 칼날에는 피 한 방울 맺혀 있지 않으니 귀신 또한 놀라 입을 벌리고 얼굴빛이 변하리라.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제는 쌍칼이 좀 이겼으면 좋겠는데,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데, 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쌍칼들은 매일 지고 또 지고 마는 걸까. 왜 그럴까, 정말. 어떤 시는 능글맞아서 차라리 처연하다.
채상우 시인


AD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송파구 송파(석촌)호수 벚꽃축제 27일 개막

    #포토PICK

  •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제네시스, 네오룬 콘셉트 공개…초대형 SUV 시장 공략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 용어]건강 우려설 교황, '성지주일' 강론 생략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