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음 잠 못 이룬 민원 어찌하오리까?

서울 한 구청 매미 소음으로 잠 못 잔다는 민원 제기돼 직소민원실 중심 도로과, 공원녹지과 직원들 모여 관리 소관 논의했으나 결론 내지 못해 ...구청 관계자 '그렇다고 매미에 약을 쳐 죽일 수는 없는 일' 내용 공문 보내기로 해 화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매미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자겠으니 어떤 조치를 해달라...”

최근 서울시내 G구청에 접수된 강변북로 인근 H아파트 주민의 민원내용이다.

요며칠 폭염과 열대야까지 계속되면서 매미들이 짝짓기를 위해 극성 맞게 울어대면서 H아파트 주민이 밤 잠을 설치고 있다며 서울시 민원콜센터인 '120'을 통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것.

이에 따라 G구청은 직소민원실을 중심으로 도로과· 공원녹지과· 자치행정과 등이 모여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3일 오후 5시30분. G구청 1층 직소민원실에서는 민원실 직원 주도로 도로와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매미

이 자리에서 공원녹지과 직원은 “도로과가 나무를 심었으니 관리도 도로과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도로과 직원은 “도로과가 도로를 만들고 나무를 심었던 것은 맞지만 공원녹지과 요청으로 나무를 심었으니 관리는 공원녹지과가 맡아 한다”고 맞대응했다.

이런 양측의 날선 주장에 직소민원실 직원은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직소민원실 직원은 “매미 소음이 다소 심하다고 약을 쳐 죽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기온이 떨어지면 매미 소음도 사라질테니 며칠 만 기다릴 수 밖에 없다”며 민원인에게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치행정과를 통해 ‘매미 소음이 심하더라도 매미를 죽일 수는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이처럼 매미 소음 민원 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갖가지 민원이 구청으로 접수돼 공무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직원은 “야간 당직이나 토,일요일 근무를 설 때면 각종 민원 전화가 걸려와 대처하느랴 애를 먹곤한다”고 전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