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방지공로로 정부 포장받은 김숙녕 강동경희대병원 간호본부장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얼른 가서 도와야 한다. 절대 환자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
40년 넘게 간호사 생활을 하고 있는 김숙녕 강동경희대병원 간호본부장의 '간호 철학'이다. 김 본부장이 지난달 29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포장을 받은 것도 이 철학이 밑바탕이 됐다.
"외래에서 온 투석 환자가 감기 등의 증상이 있었다. 검사 결과 메르스 감염으로 판명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혈액 투석환자의 사망률이 매우 높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투석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환자에게 감염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
1년 전 기억을 되살리면서 김 본부장은 긴급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투석실에 있던 환자들을 병실로 옮겨 입원시켰다. '1인 1실'을 만들고 병원에 있던 투석기를 모두 수배해 각 병실에 배치했다. 투석 환자들은 "왜 우리를 입원시키느냐"며 반발했다. 투석실에 있던 간호사들도 격리됐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환자들은 반발하고 간호사들은 지쳐갔다. 주변의 시선도 따가웠다. 강동경희대병원 마당만 밟아도 감염된다며 멀리 하는 사람도 많았다.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생각만 했다. 간호사가 필요한 환자에게 얼른 가서 도왔다. 그동안 몸에 익힌 것들을 그대로 실천했다. 절대로 환자 곁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환자들을 대했다."
김 본부장의 간호 철학은 '얼른 가서 도우고 절대 환자를 떠나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진리에 있다. 김 본부장은 "질병은 과학으로만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과학에 더해 감성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사가 살며시 환자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감성 치료'가 중요한 것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와 국민, 병원 등 많은 사람들이 감염병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됐을 것"이라면서 "감염병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병원 시스템은 물론 정책 지원 등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1955년생인 김 본부장은 40년 넘게 간호사 생활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지지 않는 직업 중의 하나로 '간호사'를 꼽는다. 인공지능은 환자의 손을 꼭 잡고 위로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감성 치료'는 간호사의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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