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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항공사' 비엣젯, 고공 비행

최종수정 2016.07.23 10:11 기사입력 2016.07.1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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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LCC, 국영 항공사까지 위협…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작년 매출 5700억

2012년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동남부 항구도시 나트랑으로 첫 취항한 비엣젯항공의 여승무원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기내 자축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사진=비엣젯항공).

2012년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동남부 항구도시 나트랑으로 첫 취항한 비엣젯항공의 여승무원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기내 자축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사진=비엣젯항공).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베트남 국적 저비용 항공사 비엣젯은 2011년 출범 이후 줄곧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비엣젯은 매력적인 젊은 여승무원들로 유명하다. 비엣젯이 해안 휴양지 노선에 처음 취항할 때 이들 여승무원은 비키니 차림으로 기내를 돌며 자축한다. 비엣젯의 탁상용 달력에도 비키니 차림의 모델들이 등장한다. 베트남의 보수적 문화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다.

비엣젯항공의 응우옌 티 푸옹 타오 최고경영자(사진=비엣젯항공).

비엣젯항공의 응우옌 티 푸옹 타오 최고경영자(사진=비엣젯항공).

비엣젯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자인 응우옌 티 푸옹 타오(45)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비키니든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든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 입고 다닐 권리가 있다"며 "흔히들 비엣젯 하면 비키니를 떠올리지만 고객이 행복하면 그만 아닌가"라고 말했다.

비엣젯은 저비용 항공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놀라우리만치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태국에서 자회사 타이비엣젯항공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이비엣젯은 비엣젯의 기존 노선인 태국 방콕,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시(市)로부터 시작해 베트남 다낭까지 노선을 확대할 예정이다.

비엣젯은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당시 미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으로부터 신형 여객기 100대를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응우옌 CEO는 지난 2월 기업공개(IPO)를 위해 기반부터 차근차근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엣젯의 IPO 시기가 베트남과 해외 시장 여건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유일의 비상장 항공사인 비엣젯이 IPO에 나서면 응우옌 CEO의 순자산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1580억원)를 웃돌게 된다. 베트남 최초의 자수성가형 여성 억만장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팩스기ㆍ콘돔 거래로 21세에 이미 백만장자가 됐다.

응우옌 CEO는 호치민시 부동산 개발 구역인 면적 65만㎡의 드래곤시티 지분 90%를 보유한 비상장 기업 소비코홀딩스 지분 90%도 갖고 있다.

그가 드래곤시티 부지를 사들인 것은 10여년 전이다. 당시 습지에 불과했던 드래곤시티는 지금 베트남 경제의 허브로 자리잡았다. 자기자본비율(DER)로 따지면 10억달러 상당의 투자가치를 건진 셈이다.

응우옌 CEO는 베트남의 세 리조트 지분, 호치민시개발상업(HD)은행 지분 20%도 갖고 있다. 그가 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HD은행의 지난해 총자산 규모는 46억달러다. 225개 지점을 거느린 HD은행에서 일하는 인력은 약 1만명이다.

응우옌 CEO가 사업에 눈 돌린 것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이던 1988년이다. 금융과 경제학을 공부하던 그는 무역업에 손댔다. 종잣돈이 거의 없어 일본ㆍ홍콩ㆍ한국의 업체들로부터 의류ㆍ사무기기ㆍ소비재를 외상으로 넘겨 받아 러시아에 파는 사업이었다.

그는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다 보니 공급업체들로부터 신뢰를 얻게 됐다"며 "이후 더 긴 장기 신용거래로 더 많은 제품을 사고 팔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렇게 일만 한 지 3년 뒤 백만장자가 된 그는 철강ㆍ기계ㆍ비료ㆍ원자재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응우옌 CEO는 테크콤뱅크, 베트남 제2의 상업은행인 베트남국제상업은행(VIB)에도 투자했다. 이어 시장경제로 돌아선 베트남 정부가 자국 항공산업을 개방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항공사 설립도 신청했다. 이렇게 해서 비엣젯은 국영 베트남항공과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말레이시아계 투자은행 CIMB그룹홀딩스의 호치민시 지사에서 일하는 보 푹 응우옌 애널리스트는 "응우옌 CEO가 무(無)에서 일궈낸 비엣젯이 지난 몇 년 사이 베트남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비엣젯의 매출은 전년 대비 3배인 10조9000억동(약 5700억원), 순이익은 1조동을 기록했다.

(사진=블룸버그뉴스).

(사진=블룸버그뉴스).


비엣젯은 베트남 시장의 붐을 타고 비상 중이다. 개인소득 증가로 베트남 사람들의 항공여행이 꾸준히 늘고 있다.

글로벌 항공 컨설팅 업체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항공시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노이~호치민시 노선은 세계에서 7번째로 붐비는 하늘길이자 세계 10대 성장 노선 가운데 하나다.

올해 비엣젯은 베트남항공을 제치고 베트남 국적 최대 항공사로 등극할 듯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년 뒤 베트남이 '세계 10대 최고속 성장 항공시장'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비엣젯 여객기를 이용한 승객은 930만명으로 전년 대비 66% 늘었다. 비엣젯은 올해 승객 수가 1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비엣젯은 지난 6월 초순 대만 남부 타이난(臺南) 노선에 처음 취항했다. 이로써 비엣젯이 현재 취항 중인 베트남 내 노선은 36개, 국제 노선은 8개다.

응우옌 CEO의 꿈은 비엣젯을 세계 최장인 150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는 두바이 소재 에미레이트항공처럼 키우는 것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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