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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위 결산 野 단독처리애 새누리당은 왜 초강력 반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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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14일 늦은 오후 정회 재개를 반복하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015년도 결산안이 야권 단독으로 처리된 뒤 정치권은 조용히 술렁였다. 당황한 기색을 보였던 새누리당은 15일 오전이 되자 결산 등을 위해 소집된 모든 상임위원회 일정 거부하며 실력 행사에 나섰다. 국정운영의 책임을 진 정부여당이 20대 국회 첫번째 의사일정 거부라는 오명을 써가며 국회를 파행시켰다.

상황은 홍영표 환노위원장(더불어민주당 소속)이 15일 정오를 앞둔 시점에서 "상임위를 원만히 운영하는 것은 저의 책무인데, 이를 원만히 끝내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종료됐다. 새누리당은 홍 위원장이 유감표명 직후 "도대체 사과인지 변명인지 알 수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지만, 한 두시간이 안되서 의사일정에 복귀했다.
몇시간의 해프닝이었지만 이 사안은 국회 전체를 뒤집을 수 있는 위태로운 순간이었다는 것이 국회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었다.

새누리당은 이번 일을 왜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을까?

환노위에서 결산안이 야권 단독으로 처리된 직후 일군의 새누리당 환노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말미에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19대에서는 여야 간사 합의 없이 표결 처리를 한 적이 없었다"면서 "오늘 고용노동부 시정조치와 징계를 두고서 여야 간사 협의 없이 표결 처리를 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다. 이는 환노위 파행 뿐 아니라 국회 전체 파행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집행된 예산안의 뒷처리였던 결산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크게 집착하지 않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강력한 반발이었다.
반발의 이유는 다음 문장에 있었다. 조 의원은 "상임위마다 표결처리를 할 경우 (다수를 점한) 야당의 밀어붙이기가 계속 될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환노위 문제가 아닌 국회 전체의 문제와 맞물렸다고 판단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마지막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했던 조 의원은 이번 사안이 예사 사안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보이콧에 나섰다.

현재 국회 운영을 정한 국회선진화법은 기본적으로 여야간의 합의의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신속 처리 안건 지정을 통해 안건을 본회의에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소관 상임위의 5분의 3 이상 의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환노위와 산업위, 운영위에서 야당이 5분의 3이상의 의석을 갖고 있다. '결단'만 하면 3개 상임위에서는 언제든지 야권(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이 힘을 규합해 밀어붙이기를 할 수 있는 구조다.

홍 위원장이 여당이 반대하는 내용(예비비를 법에 맞지 않게 집행한 공무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의 결산안을 표결처리하겠다고 밝히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저지할 수 있는 머릿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힘의 구도는 합의를 우선시하는 국회의 관행 덕분에 좀처럼 전면화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여야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절충과 타협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국회 상임위가 숱하게 정회를 반복하는 것은 위원장과 간사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함이다. 이같은 관행은 타협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동안 여야간 극한 대립을 가로 막는 완충장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는 홍 위원장이 머릿수의 힘을 통해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힌 순간 관행의 보호막이 사라지고 숫자에 의해 결론나는 힘의 질서가 펼쳐졌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제일 두려워하는 순간이 전개된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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