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분쟁에 관한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이 반발 수위를 높이면서 PCA의 판결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PCA의 판결은) 휴짓조각이 될 운명"이라고 깎아내렸고 외교 당국자는 "무모한 중재 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이하 현지시간) 푸잉(傅瑩)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주임이 "PCA의 판결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분쟁을 해결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푸 주임은 "PCA 판결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우려는 확대해석의 결과"라며 "중국이 반대하는 것은 PCA의 중재 절차가 아니라 남중국해 분쟁에 있어 국제사회가 PCA 재판 결과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무모한' 중재 절차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온전히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UNCLOS 탈퇴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PCA의 판결 직전까지 남중국해 일대에서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군사 훈련을 벌인 것도 중국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것을 대비한 것으로 국제사회는 풀이하고 있다. 필리핀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을 사수하느냐 여부다. 남해9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U자 형태의 9개 선으로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를 차지한다.
앞서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PCA의 중재 결과는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지울 수 없고 중국의 남해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흔들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PCA는 (미국과 필리핀의) 손안에 있는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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