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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천황폐하 만세'가 기삿거리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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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뭐 대단한 기삿거리 잡았다고 생각하나 보다."

27일 오후 2시께.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현황보고 속개를 앞둔 상임위원회 회의실에서 박광국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KEI) 원장은 다른 정부출연 연구기관장 서너 명에게 이같이 말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KEI 센터장이 일(日)왕을 향한 '천황폐하 만세' 삼창과 각종 친일 발언을 공공연히 늘어놓은 데 대해 국민이 분노하는 상황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의원들이 질의를 시작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첫 질의에 나선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EI의 초기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박 원장에게 "이 사건이 언론에 최초 보도된 시점이 23일인데, KEI의 진상조사 결과도 당일에 나왔다"며 "어떻게 몇 시간 만에 조사가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원장은 "우선 당사자(이정호 센터장)를 불러 진위 파악을 했다"고 답했다.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던 KEI 측의 진상조사 결과가 순전히 당사자 해명에 의존해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는 이 센터장이 '동양척식주식회사(동척)의 마지막 사장이었다'고 주장한 그의 조부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민 의원이 "할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묻자 문제 발언의 당사자인 이 센터장은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가 추가 질의가 이어지자 그제야 "(일제시대에) 금융 쪽에 있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민 의원은 "일제시대 때 금융기관이면 농협과 동척밖에 없다"고 했다. 이 센터장이 평소 밝혀온 대로 조부의 '동척 근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 센터장은 부친이 '하나회' 핵심멤버 출신의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아울러 "1월 대부도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느냐"는 민 의원의 질문에 "네"라고 인정했다. 이 자리에서 간단한 만찬과 함께 음주를 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시인했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정무위 의원들은 지켜보겠다고 했다. 정부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다 해도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한 사람과 그를 옹호한 조직의 역사인식은 끝끝내 안 바뀔 것 같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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