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브렉시트로 국내 조선업계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주가뭄 장기화'다. 유럽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세계 물동량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선박 발주는 장기간 회복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선주들은 대부분 파이낸싱을 하는데 금융사가 기준을 높여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 기존 나온 발주계획도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U가 추진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연료 추진선 같은 공동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U는 친환경 해양 교통수단으로 선박 체계를 LNG 추진선으로 대체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엽적인 문제긴 하지만 영국의 분담금이 빠지면서 이런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수주 기미들이 보였는데 이런 타이밍에 악재 이벤트가 생겨서 회복 조짐들이 뒤로 밀리는게 아닌가 걱정된다"며 "유럽 시장이 혼란스러워지면 조선업계도 경색될 수밖에 없어 여러가지 동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해운업체 역시 선박금융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운업은 글로벌 경기 순환에 따른 물동량 변화에 영향을 받지만 선박 금융비용 부담 또한 커서 금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리보 금리(런던 금융시장에서 우량은행 간 단기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 인상이 가시화될 경우 선박금융 이자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과 HMM 의 선박 차입금 이자율은 대부분 리보 금리를 따르고 있어 가뜩이나 구조조정의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브렉시트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난 꼴이다.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연간 4233억원, 3400억원(지난해 말 기준) 수준의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3월말부터 한 달 여 차이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상선은 회사채 채무재조정과 주요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협상에 성공했고, 세계 최대 해운동맹체인 '2M' 가입 작업도 순항 중이다. 한진해운은 용선료와 컨테이너박스 이용료 등이 연체될 만큼 유동성이 메말라 있는 상황이지만 계열사로부터 지원을 얻어내는 등 회생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리보 등 이자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이자율 스왑 등을 체결하고 있어 피해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이 당장 교역, 투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물동량이 줄어드는 악재가 발생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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