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 해외수요처과제 올해 400억 지원
지난해 133개 기업에 혜택, 수출 경쟁력 향상에 실질적 도움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잘나가는 중소 제조업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부단한 연구개발(R&D)로 기술력을 확보해 글로벌 기업을 매료시키고, 작은 조직, 부족한 경험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좌충우돌 부딪혀 판로를 개척했다는 점이다.
자동차 조향장치 부품을 생산하는 ㈜한도의 김정배 대표는 뒤늦게 수출시장에 뛰어들었다. 성우기공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한 건 1982년. 합병 과정을 거쳐 지금의 한도가 탄생했지만 내수시장에만 머물며 경기 변동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야 했다.
거래선이 다변화돼 있지 않은 회사에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온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후 김 대표는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 이후부터 조금씩 수출량을 늘리고 있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했다. 그마저도 에이전트를 통하다 보니 이윤도, 거래선도 남는 게 없이 휘둘리기만 했다.
또다시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2010년 해외전시회에서 글로벌기업 티센크루프(TKPㆍThyssenKrupp Presta)를 만났다. 당시 TKP는 자체 제작하던 폭스바겐 조향장치의 핵심부품을 해외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려던 때였다.
수출 경험이 적은 김 대표에게 힘이 된 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판로를 연계해 지원하는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 해외수요처과제'였다.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은 중소기업 상용화기술개발사업 중 하나로 2002년 처음 도입돼 국내외 수요처가 구매의사를 밝히고 개발을 제안한 과제에 대해 정부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자금은 담보나 이자 없이 지원하고 개발에 성공하면 정부지원금의 10%만 기술료로 환원받는다.
이 사업을 시행하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에 따르면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으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지원 과제로 선정된 기업 중 1130개 업체가 수출에 성공했고, 4조3578억원의 성과를 냈다. 사업화 성공률도 81.6%에 달한다.
2008년부터는 해외 사업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지원했다. 기정원은 해외수요처과제를 통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00여개 기업에 1000억원가량을 지원했다. 올해는 지원예산을 더 늘려 150~160개 기업을 선정, 4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해외수요처과제를 통해 해외수요처에서 제안하거나 필요로 하는 기술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다. 기정원은 해외수요처의 구매의향서나 개발요청 증빙서류를 보유한 중소기업에 개발 과제의 기술개발, 제품화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이 총 사업비의 35% 이상을 부담하면 정부출연금으로 65% 이내에서 지원한다. 정부출연금으로 지원되는 금액은 2년, 5억원 이내다. 하반기부터는 해외수요처과제의 수요처 구매금액이 중소기업 부담금의 10배에서 정부출연금의 3배로 축소돼 부담도 완화됐다.
양봉환 기정원 원장은 "해외수요처과제의 성공적인 R&D 수행을 통해 중소기업의 수출을 촉진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며 "지난해 중소기업 R&D 지원기능을 통합한 기정원도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 지원을 통한 지속성장 동력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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