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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타결…'막전막후 111일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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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HMM 이 구조조정의 최대 난제였던 용선료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정상화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 2월22일 유럽지역에 협상단을 파견하면서 시작된 용선료 협상 111일간의 기록을 정리해봤다.

◆111일의 드라마 숨은 주역들= 현대상선의 '111일 드라마'는 너무나 극적이었고, 그때마다 숨은 주역들의 '결정적인 한수'가 자리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협상단을 이끌었던 마크 워커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 워커는 국제금융과 기업채무 전문가로 관련 업무만 30년 넘게 해온 배테랑 변호사로,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정부의 채무조정의 길을 열며 우리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흥인장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번 협상은 '목표 인하폭'과 '마감시한' 등 협상 포인트를 상대 선주들에게 모두 내보이면서 시작된 절대적으로 불리한 협상이었다. 30%에 이르는 인하폭에 대해서도 선주간 이견이 크게 엇갈렸고, 최후까지 포커페이스를 고수하는 선주들 22곳 사이에서 힘든 막판 조율 과정이 이어졌다. 지난달 18일 컨테이너 선주 5곳과 최종담판을 벌이려고 했지만 "선주간 인하폭이 다르다"며 항의가 쏟아졌고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듯 했다. 하지만 워커는 해외 선주들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협상 원칙을 지켰다.
  
협상의 일등공신인 마크 워커와 현대상선과 인연을 맺게 된 배경에는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가 있었다. 외환위기 당시 외채협상단으로 함께 활동했고, 현재 밀스타인 한국 자문역으로 있는 변 전 대표가 가교 역할을 하며 한진해운이 아닌 현대상선 협상팀에 합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상선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한 현정은 회장도 '편지'로 숨은 조역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 회장은 영국 조디악의 에얄 오퍼 회장에게 '자신은 회사를 물러나지만, 현대상선을 도와달라'는 이메일을 보냈고, '난공불락'이던 조디악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냈다. 탁월한 논리와 철저한 준비로 마크 워커와 합을 맞춘 김충현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활약도 컸다. 촘촘한 역할 분담을 통해 마크 워커와 지근거리에서 합을 맞췄다.

지난달 18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마크 워커(사진 오른쪽)와 김충현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해외 컨테이너선주들과의 용선료 단체협상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마크 워커(사진 오른쪽)와 김충현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해외 컨테이너선주들과의 용선료 단체협상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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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22개 선주사 협상으로 본 게임의 룰= 현대상선과 해외 선주들과의 이번 협상은 의견접근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양측의 이해를 감안할 때 협상타결은 수순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합의 결과에 따라 현대상선을 비롯한 이해 관계자들이 윈윈하거나 모두 패자가 되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금융당국이 정한 데드라인(5월20일)을 이틀 앞두고 컨테이너선주사 5곳과 단체협상을 통해 최종담판을 벌이려고 했지만, 협상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먼저 양보하겠다'고 나서는 선주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주들은 협상 초기부터 다른 선주들과의 협상 결과를 보고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게 실익이 크다고 판단하며 결단을 미뤄왔다.

그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데드라인' 패를 깔고 선주사들을 압박한 것은 실수였다. 협상의 키는 선주들이 쥐고 있었고, 시간도 그들의 편이었다. 다급했던 채권단은 법정관리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데드라인을 활용한 쪽은 해외 선주들이었다. 그들은 이 시간을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해 인하폭 조정 등 그들이 원하는 걸 최대한 얻어내고자 했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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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현대 떠나 새주인 맞는 상선= 현대상선은 10일 컨테이너 선주사들 5곳과 20% 수준의 용선료 조정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고, 벌크 선주사들 17곳과는 25% 수준에서 합의 의사를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달말까지 22개 모든 선주사들과 본계약 체결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이번 협상을 통해 향후 3년 6개월간 지급예정인 용선료 약 2조5000억원 중 약 5300억원에 대해 일부는 신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장기 채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향후 3년6개월간 1년 평균 5300억원의 현금 지출이 줄어들고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현대상선은 앞서 지난달 31일과 1일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총 8043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사채권자와의 채무재조정에도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 해운동맹(디얼라이언스) 가입까지 마무리하면 자율협약 조건을 모두 충족하게 된다.

채권단은 이에 맞춰 다음달께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에 돌입하게 된다. 대주주 지분을 7대 1로 줄이는 추가 감자안이 확정되면 현 22.6%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 지분율은 4.0%로 줄어든다. 이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사채권자ㆍ해외 선주의 출자전환 지분이 신규 상장되면 기존 대주주 지분은 1.4%로 떨어지게 되고 채권단이 40%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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