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은 5년 전 시작된 삼성전자·애플 간 '세기의 소송'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시장 상황과 제조사들의 업계 내 위치 등이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 화웨이가 자사의 4세대(4G) 통신 네트워크 관련 특허 11건을 침해했다며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에는 '합의'와 '강공' 두 가지의 카드가 있다. 합의를 택하게 된다면 가장 큰 요인은 중국시장이다. 화웨이의 승소 가능성이 높은 중국에서 삼성전자가 법적 조치와 그에 따른 중국 내 판매 불이익을 받게 되면,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 중국은 현재 삼성전자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시장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뜨린 후 '크로스 라이선스'를 이끌어 내겠다는 게 화웨이의 의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마련 중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공방이 시작돼 화웨이와의 소송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득이 될 것은 없다. 5년 전 애플과의 소송과 가장 다른 점이 이 부분이다.
반면 후발주자인 화웨이는 소송을 통해 난공불락인 미국시장에서 삼성과 대적할 만한 특허를 가졌다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1억대가 넘는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세계 3위에 오른 화웨이지만 미국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 수준에 그친 바 있다(올해 1분기 기준·카운터포인트 집계).
이에 삼성전자는 화웨이를 한국에서 제소하는 등 전면전 역시 염두에 둔 상태에서 이번 소송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협상으로 마무리 지으면 특허 침해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미국과 중국에서의 소송이 불가피하다면 한국, 유럽 등으로의 소송 확대를 통해 화웨이가 만들어 놓은 유리한 판을 바꿔 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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