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검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옥시 측이 민·형사 사건 진행 과정에서 제출하지 않은 5건의 유해성 실험보고서 가운데 4건을 확보했다. 해당 보고서의 결론은 모두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을 인정하는 결론을 담고 있다고 한다.
옥시가 자사에 불리한 실험 결과를 외부로 알리지 않은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책임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검찰은 이를 옥시가 유해성을 인지하고도 사건 공론화 이후 증거인멸에 나서게 할 유력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당시 옥시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던 이가 최근 업무상 일정을 이유로 검찰 소환조사에 불응 의사를 밝힌 거라브 제인 전 대표(47)다. 현재 영국 본사의 아시아태평양 본부장으로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는 그는 최근 국내 언론사에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수사기관에 최대한 협조하고 싶으나 한국의 현 상황에 비춰볼 때 입국하기 어려운 상황인 점을 이해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검찰이 변호인을 통해 출석 요구를 전한 결과 3명은 이를 거부했고, 2명은 아예 회신하지 않았으며, 1명은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초 거라브 제인 전 대표 및 소재가 파악된 외국인 5명에 대해 이메일 서면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에 불응하는 외국인을 강제로 조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사법공조를 통한 범죄인 인도요청 역시 국가간 주권 문제가 얽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백방으로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