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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물갈이론'…우리 정치 '답'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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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 수혈론 속에 공고화된 정치구조…포퓰리즘의 또다른 형태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20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총선승리 등을 내세우며 현역의원 '물갈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현역의원 교체 경쟁이 실질적으로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정치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얼굴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14일까지 공천 심사를 거친 결과 현역 의원 157명 가운데 17명이 공천 심사, 경선 등에서 탈락했으며 17명은 불출마를 직간접적으로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불출마, 컷오프, 경선 패배 등으로 107명의 소속의원 가운데 29명의 현역의원이 현재 당 소속으로는 4월 총선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새누리당의 현역교체비율은 21.6%, 더민주의 교체비율은 27.1% 수준이다. 앞으로 예정된 추가적인 컷오프와 경선 등이 진행되면서 현역 교체 비율은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유달리 현역의원 교체 비율이 낮다.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현역 교체 비율은 41.7%, 민주통합당(현 더민주)은 27% 였다. 특히 19대 총선 당시 대대적으로 현역의원을 교체한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한 것과 관련해 과감한 현역의원 교체가' 정치개혁' 더 나아가 '총선 필승공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대대적인 현역의원 교체가 실제 정치발전에 기여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 포퓰리즘 소통의 구조' 논문을 통해 '물갈이'가 포퓰리즘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성 정치를 비난하고 저주하는 것이 '잘 팔리는 정치 상품'이 되다보니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비정치인을 대거 영입하는 관행을 고수한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젊은 피를 수혈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개혁의 상징으로 간주된다"며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인물 교체만으로 정치를 바꾸고자 하는 시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행이 유권자들에게 여전히 개혁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정치권이 꺼내드는 물갈이를 두고서 '기성 정치 혐오 심리'에 편승하는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물갈이로 대표되는 인적 교체로 인해 정치 구조 개혁이나 근본적 정치 변화의 목소리가 가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갈이의 기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다. 정당마다 공천의 제1기준으로 내세우는 것은 '당선가능성'이다. 정당의 속성상 이기는 것이 최우선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공천 기준에 있어서까지 '당선가능성'이 절대적 요인으로 부각되다보니 국회의원들이 국가적 대사를 제쳐두고 지역구 현안이나 행사일정을 우선시하는 정치행태를 벌이고 있다. 국가적 아젠다에 역량을 기울이며 지역구를 돌보지 않을 경우에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가 되기 십상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물갈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소수 권력자에 의한 사천(私薦)도 논란거리다. 현재의 집권당의 경우 18대에는 친이(친이명박)계의 친박(친박근혜) 공천 학살로 친박 의원들이 대거 탈락했다. 19대 들어서는 반대로 친박계 주도로 친이계 공천 학살이 발생했다. 정당들이 경합지는 경쟁력 있는 후보에게 내맡기더라도 누가 나가도 이길 수 있는 '텃밭'에서는 특정 계파의 지분을 챙기는 일도 발생한다. 결국 이같은 공천 학살을 피하기 위해서 현역교체와 상관없이 계파정치의 틀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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