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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146일 국회 농성과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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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146일 국회 농성과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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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오늘부로 국회 릴레이 단식농성을 마무리합니다(정의당 한창민 대변인ㆍ지난 23일)."
지난해 10월1일부터 국회 현관 밖 기둥 앞에서, 같은 해 11월30일부터는 로텐더홀 계단 한 구석에서 이어진 정의당의 농성은 이렇게 끝났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촉구하는 146일 간의 농성이었다.

농성은 무위에 그쳤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날 현행 '지역구 246석ㆍ비례대표 54석'에서 지역구를 7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7석 줄이는 내용이 담긴 선거구 획정기준에 합의했다.

심상정 대표가 협의 중간중간 끼어들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정의당은 "마지막까지 국민보다는 자기들 철밥통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다"고 개탄했다.

두 거대정당의 합의로 의회의 비례성은 퇴보하고 표심이 왜곡될 여지는 더 커졌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왜 농성을 한 것이고,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무엇'에 합의한 것일까.

승자독식 단순다수제의 폐해를 바로잡자는 십여 년의 논의는 또 기약 없이 늘어지게 됐다.

성공회대 김형철 교수가 지난해 9월 국회 선거개혁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지역구 평균득표율이 43.3%였는데 의석률은 51.6%로 과대대표됐다.

반대로 옛 통합진보당은 지역구 평균득표율이 6%였는데 의석률은 2.8%로 과소대표됐다.

정의당이 주장해온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투표와 정당투표를 연계하는 독일식 모델이다.

전체 의석이 100석이고 A정당이 정당투표에서 30%(30석)를 득표했다고 가정할 때, 만약 A정당이 지역구에서 30석에 못 미치는 의석을 확보하면 비례대표 의석 수로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식이다.

과대대표는 사표(死標) 양산을 의미한다.

지난 세 차례의 총선에서 사표 비율은 2004년 17대 49.99%, 2008년 18대 47.었9%, 2012년 19대 46.6%였다.

유권자 두 명 중 한 명의 목소리는 '증발'했다.

김 교수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유사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19대 총선 결과를 대입해보니 새누리당 의석은 15석, 더민주 의석은 10석 줄었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무려 20석을 더 얻게 되고, 옛 자유선진당 또한 5석을 더 가져갈 수 있었다.

소수정당의 원내진입 통로는 확대되고 양당제에는 균열이 생기는 결과다.

특정 정당이 안정적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하기도 어려워진다.

새누리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한 이유 중 하나다.

국민의당은 창당 명분 중 하나로 '거대 정당의 양당구조 타파'를 내걸었다.

정말 그러길 원한다면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서야 옳다는 게 정의당 등의 지적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혹은 여기에 가까운 쪽으로 제도를 바꾸면 국민의당 주장은 저절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이번 선거구 획정기준 합의를 두고 "이제라도 타결돼 다행"이라고 했다.

비례성이 높아져 사표가 줄어들면 지역주의 또한 자연스럽게 완화된다.

영남의 진보ㆍ개혁 성향 지지자들의 목소리나 호남의 보수 성향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선거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경쟁정당의 텃밭에 뛰어든 정치인이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다.

대구(수성갑)에서 세 번째로 공직선거에 나서는 김부겸 더민주 20대 총선 예비후보는 지난 25일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는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 제도를 도입해달라고 당 지도부에 간곡히 부탁했고 지도부도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 예비후보는 이 문제를 홍의락 예비후보(대구 북구을)에 대한 당의 공천배제 결정과 연결지어 "대구ㆍ경북에서 고생하는 우리 편을 도와주기는커녕 뒤에서 이렇게 힘을 빼니, 도대체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따졌다.

정의당을 포함해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표를 줄이고 지역주의를 타파하자고 말하면서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지 않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입을 모은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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