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원내 투톱 잇단 핵보유 발언…정치권 논란 확산
원유철 이어 김정훈 정책위의장 "핵 제조능력 보유해야"
野 "한반도 핵무장, 경제 방어수단 안된다" 비판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잇달아 "핵보유"를 주장하면서 정치권내 핵무장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북한의 공포와 파멸의 핵과 미사일에 맞서 이제 우리도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을 포함해 생존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데 이어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16일 "핵 제조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며 거들고 나선 것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의 핵무기에 대비해 우리도 핵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현재 한미원자력협정은 우리나라의 핵재처리를 승인하지 않고 있는 만큼 한미당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협상할 때 이 부분도 함께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여당 원내 투톱이 연이틀 핵 관련 발언을 쏟아내면서 무게감이 실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날 원 원내대표의 핵 발언이 나왔을 때만해도 단순히 개인적인 견해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정책위의장까지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사뭇 진지해졌다. 특히 정부가 '비핵화'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원내 투톱이 공식석상에서 정부 방침과 전혀 반대되는 발언을 한 데는 뭔가 속내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의 핵보유 발언에 대해 "고립 속에서 핵무장을 달려온 북한과는 (우리의 사정이) 다르다"면서 "감정적으로 핵무장을 선언할 경우 어떤 재앙이 올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경제적 방어수단이 될 수 없고 튼튼한 무기도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목희 더민주 정책위의장도 "연설을 들으면 내 귀를 의심했다"면서 "집권여당의 북핵 대안이 핵무장이라는 점은 한반도 전체를 불안에 빠뜨리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핵보유 발언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입장이다. 핵무장은 단순히 남북 문제가 아닌 주변 정세와도 얽혀 있어 단순히 집권여당의 의지만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핵무장을 위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를 잠정탈퇴해야 하고 주변국들도 '동북아 핵도미노'에 대한 우려로 용인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락근 여의도연구원 정책실장도 "우리가 핵을 보유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한다는 의미"라면서 "미국이 이를 용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비핵화 방침을 바꿀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5일 국회에 출석해 "자위적 핵보유와 관련된 어떤 계획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원 원내대표는 김 정책위의장 발언에 대해 "당론으로 모으기 위한 게 아니라 문제제기하는 차원으로 보면 된다"며 진화에 나섰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당론이 아닌 개인의 소신을 밝힌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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