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콘텐츠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기업은 한국의 선진화된 제작 노하우를 손쉽게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리고 척박한 국내 현실에서 제대로 수익을 확보하지 못해 해외 진출을 해야만 하는 국내 제작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대형 사업자를 제외한 중소 규모의 제작 시장에 중국 자금 한 두 푼 안 들어간 사업자는 없다는 것이 이 시장의 정설이고, 만약 중국 사업자의 자금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 사업자의 가치는 없다고 판단할 정도다. 초록뱀 등 공식적으로 인수 합병 절차를 밟은 기업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중국 시장과 중국 자본에 기댄 사업자들의 수를 따지자면 손으로 헤아릴 수도 없을 지경이다.
실제 자료로도 그 사실은 확인된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다고 하지만 조회수 기준으로 33위에 불과하다. 10억 조회 이상의 프로그램 순위에서 '별그대'를 포함해서 총 다섯 편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별그대'는 2013년도 작품이고 '피노키오'는 163위다. '별그대'를 정점으로 한국 작품의 인기는 하락하고 있는 반면에 중국산 프로그램의 인기는 상승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런 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제작비용을 확보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국내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방송 콘텐츠 사업자의 수익구조는 의외로 단순하다. 광고와 프로그램 판매 수익이다. 광고는 하락하고 있고 채널 사용료를 비롯한 프로그램 판매 수익 또한 유의미한 증가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광고는 인터넷 등 새로운 서비스와 물리적 경쟁에서 허덕거리고 있고, 채널 사용료 등은 국내 플랫폼 시장의 저가 구조 탓으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방법이 있다면 낮은 가입료인 아날로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입료를 받을 수 있는 디지털로 시장을 전환시키는 것과, 이를 통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VOD를 활성화시켜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더 이상 확장하기 힘든 국내 방송시장에서 그나마 가장 현실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박성용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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