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완구 전 국무총리(66·사진 오른쪽)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전 총리는 국회의원직을 잃는다. 현행법상 현직 의원이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확정 판결을 받으면 당선은 무효가 된다.
재판부는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사진 왼쪽·전 새누리당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언론 인터뷰와 메모 등에서 남긴 진술에 관해 "성 전 회장은 당시 (자원개발 관련 비리의혹 수사와 관련해) 구속을 확신하고 있었다"면서 "범죄자로 몰리는 치욕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명예를 유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성 전 회장은 자신의 진술내용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바란다는 입장을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히기도 했다"면서 "(금품공여 사실에 대한) 진위 규명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전 총리가 아무리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었어도 선거자금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 전 총리 본인도 선거 때 동료 의원끼리 '(선거 자금을) 품앗이' 하기도 하는 것을 인정했다"면서 "같은 당 소속 의원이라는 신뢰감으로 금품을 수수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성 전 회장 심부름으로 돈을 운반해 준 비서진 등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음을 짐작하게 하는 다수 증인의 진술 대부분을 믿을 만 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총리에게 선고한 양형에 관해 "공직에 헌신하며 국가 발전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직전인 2013년 4월 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 후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상자에 포장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총리를 둘러싼 의혹은 성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한 폭로 인터뷰와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적어 둔 메모로부터 불거졌다.
이 전 총리는 파문이 확산되자 같은 달 27일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취임 70일 만이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3개월여의 수사를 통해 이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재판에 넘겼다. 홍 지사는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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