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50여년 전 국내 첫 주상복합타운으로 들어선 서울 종로의 세운상가 정비사업이 다음 달 시작된다. 오래된 건물을 고치고 새 길을 내는 동시에 소규모 창업지원기관 등 각종 '소프트웨어'를 더해 침체된 일대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계획이다.
28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영종 종로구청장, 상가 대표 등 200여명은 세운상가에 모여 상가재생사업을 다음 달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시는 이 재생사업에 '다시ㆍ세운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단계별로 나눠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또 세운상가 보행데크는 3층 외에 2층까지 다닐 수 있도록 확충한다. 군데군데 전시실이나 휴게실, 화장실로 쓸 수 있게 모듈도 끼워넣는다. 현재 3층 데크의 경우 D등급으로 안전상태가 취약한 상태여서 보수공사를 벌여 B등급 이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또 대림상가에서 을지로 지하상가까지 바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를 만드는 등 청계천과 종묘, 남산을 걸어서 쉽게 오갈 수 있게 연결한다.
2단계 공사는 나머지 절반가량인 삼풍상가와 풍전호텔, 진양상가를 잇는 구간으로, 다음 달 중 타당성 조사에 착수해 연내 기본구상안을 마련키로 했다. 2019년까지 모든 공사를 끝낸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세운상가는 60년대 국내 첫 주상복합이었던 데다 고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해 설립 당시부터 유명세를 탔다. 고급주택으로 꼽혔고 80년대까지만해도 국내 전기ㆍ전자산업의 중심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후 강남으로 상권이 옮겨간데다 용산에 대규모 전자상가가 들어서면서 쇠락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재개발ㆍ정비사업이 추진됐으나 이후 사업계획이 수차례 바뀌면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상가 일대를 전면 철거해 공원을 만드는 식으로 추진됐으나 현 박원순 시장 취임 후 기존 상가를 보존하되 상권을 되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는 이번 재생사업을 마치면 현재 하루 유동인구가 2300여명 수준에서 5배가 넘는 1만3000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가매출은 30% 늘어나는 한편 신규창업하는 곳도 상당수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주변지역 재정비도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시장은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재생을 위해 시가 적극적으로 공공의 기능을 투입하고 예산을 지원코자 한다"며 "도시ㆍ건축 유산일 뿐 아니라 역사ㆍ문화ㆍ산업의 복합체로 의미를 갖는 세운상가가 서울 도심 보행 축을 연결하는 랜드마크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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