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환경 더 좋은 중대형 등 비싼곳만 올라 양극화 심화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이민찬 기자]"개포 주공아파트 1ㆍ4단지는 집 상태에 따라 보증금 500만~5000만원에 월 20만~80만원까지 다양합니다. 재건축 추진 상황에 따라 거주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얼마나 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인근 개포 주공 2ㆍ3단지가 이주하면서 전ㆍ월세 물건이 많이 줄었습니다."(서울 개포동 B공인 대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25일까지 서울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의 아파트 월세계약은 총 1076건으로 집계됐다. 매매를 포함한 전체 아파트 거래의 33.8%에 달하는 수준이다. 작년 1월(24.0%)의 월세거래 비중과 비교하면 약 1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가 매매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장 내달 대출심사강화 등을 앞두고 매매심리도 얼어붙으면서 월세거래만 '나홀로' 늘고 있다.
강남인데도 월세가 낮은 곳은 재건축이 추진 중인 단지가 대표적이다. 거주환경이 좋지 않고 이주와 철거 시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집 상태가 좋지 않으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3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재건축단지에서는 사업절차가 진척될수록 전ㆍ월세 가격이 떨어진다고 현지 부동산업자들은 전했다.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싼 매물도 있지만 중개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청소가 잘 되지 않는 등 미관이나 위생상태가 나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월세 물건이 많이 나오면서 시세가 잠깐 떨어진 적도 있지만 작년 말부터 이주단지가 늘고 월세라도 찾는 사람이 생겨나자 집주인도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라며 "집 상태가 좋으면 값이 조금 비싸도 금방 계약이 성사된다"고 설명했다.
월세 계액이 증가하면서 세입자의 주거부담은 한층 가중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수급이 불안정할 경우 가격이 널뛰기 현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이 곳곳에서 진행되면서 저렴한 월세 거주지가 사라질 경우 월세 수준이 상향평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제외한 일반 아파트단지나 주상복합에서는 월 300만원 이상의 월세 계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센추리21코리아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집계한 월 300만원 이상의 월세계약 건수는 서울에서 총 339건이었으며 이 중 강남 3구가 270건으로 전체의 79.9%에 달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