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600만명을 웃도는 비정규직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목표관리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줄여가겠다는 강한 정책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노사 자율영역에 속하는 채용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로드맵의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20일 업무보고를 통해 발표한 '비정규직 목표관리 로드맵'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는 노동시장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조치다. 중장기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을 어느 수준까지 낮출 것인지, 수치상 목표를 정하고 일종의 총량 관리를 하겠다는 설명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한 비정규직 규모는 627만1000명(32.5%)으로 10년전보다 80만명 가량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도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22.4%(2013년 기준)에 달해 조사대상국 중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OECD 평균(11.1%)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을 웃도는 나라는 칠레(29.7%), 폴란드(26.9%), 스페인(23.1%), 네덜란드(20.6%) 등 5개국에 불과했다. 반면 비정규직에서 3년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OECD 평균(53.8%)의 절반도 안된다. OECD는 "한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성장을 방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디딤돌이 아닌 덫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며 "근로조건 양극화와 맞물려 비정규직의 덫이 더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정책의지를 표명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 역시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비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로드맵 마련이)정부 차원의 메시지를 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단기적 효과는 없어도 중장기적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법 체계를 바꾸는 과정이 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사 자율영역에 속하는 채용을 정부 차원의 양적 목표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시간제 근로ㆍ파견 등을 확대하는 대신 비정규직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당초 정부 정책과도 엇박자다. 로드맵을 설정한다 하더라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인 셈이다.
한 실장은 "OCED 평균치에 일률적으로 맞추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목표를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다 같이 노력하자는 것"이라며 "전문가, 노사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로드맵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내 기간제, 시간제 등 세부적인 부문까지 구체화하고, 개별정책과 정부 전체의 정책이 따로 움직이지 않도록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박사는 "우리나라는 해외 다른 나라와 달리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기간제 비중이 특히 높다는 차이점이 있다"며 "로드맵 수치를 정할 때 기간제, 시간제 등을 나눠 타깃을 분명히 하고 비정규직 비중과 격차를 함께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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