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기자 - '논란의 행간'취재
논란이 된 '제국의 위안부'는 위안부가 겪은 역사를 본인의 선택이었다는 방식으로 서술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지난 13일 법원으로부터 소송을 제기한 위안부 할머니 9명에게 각각 1천만원씩 9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앞서 2015년 2월 재판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수정을 요구한 53곳 중에서 34곳을 삭제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제2판은 그 결과로 나온 책이다. 또 박유하 교수는 오는 20일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 형사재판을 받는다.
우선 맨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제2판 서문 - 식민지의 아이러니'를 읽었다. 세상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박유하 교수의 격한 심경이 엿보이는 글이다. 삭제판을 내게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한 뒤 "이 삭제판의 모습은, 실은 체제와 국가에 반하는 사상은 검열하여 출간하던 일제강점기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격앙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서문의 제목으로 붙인 '식민지의 아이러니'의 의미이기도 하다. 즉 식민지의 문제를 고찰하는 책이 식민지의 '잔재'에 의해 강제 처분을 받았다는 핀잔이다. 또 그녀는 이런 '삭제' 조치까지 가게된 이유가, "<제국의 위안부>의 출판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새로운 도서를 출판할 것이므로 박유하의 활동을 방치한다면 왜곡되고 오염된 일본군 피해자의 상이 한국과 일본 사회에 각인될 것"이라고 씌어진 고소장에 대해 격앙하고 있다. 이 책을 고소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활동 자체를 억압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책은 제1부에서 '위안부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다뤘다. 이 질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위안부의 '사실과 이미지'가 과연 욿은가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박유하는 주로 센다 가코(千田夏光)란 일본인 저널리스트가 1973년에 펴낸 책을 중요한 텍스트로 삼고 있다. 그 제목은 '목소리 없는 여성 8만명의 고발, 종군위안부'다. 박유하는 이 책이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거론한 첫 저술이라고 평가했다. 즉 위안부의 존재를 알린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었다는 얘기다. 이 책에는 놀랍게도 1970년대 초 한국을 방문해 위안부들을 찾아내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 있다. 40여년 전의 '위안부' 피해자 중년여성들이 생생하게 자기의 체험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센다의 취재 연구를 바탕으로 '위안부의 시대'를 미시사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던 박유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사회가 지니고 있던 확고부동한 논의의 틀을 흔들기 시작한다.
위안부를 쇠막대기로 후려갈기고 쇠막대기로 내친 것은 군인들이 아니라 위안부를 직접 관리한 포주나 관리인이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37년과 1939년의 신문에는 '가여운 소녀들 독아(毒牙, 독사의 이빨) 희생 150명 유괴마(魔)'란 제목이 등장한다. 그러나 일본제국주의가 기획한 국가적인 '동원'의 문제와 그것들을 대리 수행하는 '유괴마'의 문제를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있을까. 그것을 동일 선상에 놓고, 책임소재를 이동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많은 이들을 우려스럽게 하고 격앙하게 한 점이 아닐까 싶다.
박유하는 이렇게 주장한다.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보려면 구조적인 강제성과 현실적인 강제성의 주체가 각각 누구였는지를 보아야 한다."
즉 구조적인 강제성은 일제의 식민체제에서 나왔고, 현실적인 강제성은 한국인 모리배들이 한 것이니, 이 모두에게 고루 '위안부 강제동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관점은, 비록 새롭기는 하지만, 본말을 전도하고 문제의 핵심과 경중을 희석시킬 수 있는 위험이 숨어있다는 생각이, 기자독자의 소박한 일감(一感)이다.
<제국의 위안부> 샅샅이 읽기
1편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11617332365768
2편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11619133619323
3편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11621094988284
4편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11706451008322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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