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만족도, 월급찍히는 날 갈린다
박 씨는 '생계형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직장을 옮기지 않고선 연봉을 키우기 쉽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지난달 25일 박씨의 월급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320만원. 기본급에다 초과근무수당, 연말 상여금 등을 모두 합해서다. 월급은 입금되기가 무섭게 사라진다. 카드 대금과 적금 90만원, 각종 보험료 30만원, 부모님 용돈 50만원으로 자동 인출되기 때문이다. 월급받은 날로부터 3일째 보릿고개 시작이다. 현금으로 물건을 사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직장생활의 만족도의 기준이 '연봉'이 되고 있다. 연봉에 대한 불만은 이직으로 이어진다. 중소 무역회사에 다니는 88학번 김형식 부장(46)은 과거에는 후배들의 잦은 이직을 보면서 '철새'라고 혀를 찼다. 그가 입사한 20여년 전 직장생활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쪼들리는 월급통장에도 끈끈한 동료애와 애사심으로 버텼다. 농업적인 근면성을 내세웠던 당시에는 조직에 충성하고 직장생활에 헌신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그리고 가계부채 위기 등을 겪으면서 직장인들의 생존법도 바뀌었다. 김 부장은 "세태가 바뀌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392명을 대상으로 '새해에 가장 원하는 소망'을 설문한 결과 '이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1.7%로 '로또당첨'(12.5%) 보다 많았다. 직장인들이 새해 로또 당첨보다 더 큰 바람이 이직인 것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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