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1일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와 관련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홍보수석 명의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합의가 최상은 아니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이며, 미래를 위해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 아니냐는 주장을 설파하는 데 큰 공을 들였다. 박 대통령이 합의 직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시간적 시급성과 현실적 여건 하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이루어 낸 결과"라고 밝힌 것과 동일한 취지다. 담화의 결론도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합의를 이해 해달라"는 것으로 동일하다.
재협상이나 합의무효 선언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정부의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어렵게 풀린 위안부 문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자 한다면, 이 문제는 24년 전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로서도 할머니들 살아생전에 더 이상 어떻게 해 볼 여지가 없게 될 것이란 점을 헤아려 달라"고 했다.
한일 양국이 이번 합의를 '불가역적이고 최종적'이라고 선언한 만큼, 재협상에 나선다 해도 얻어낼 것이 없다는 현실인식도 내놨다. 청와대는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결과에 대해 '무효'와 '수용 불가'만 주장한다면, 앞으로 어떤 정부도 이런 까다로운 문제에는 손을 놓게 될 것이며, 민간단체나 일부 반대하시는 분들이 주장하는 대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마치 정부가 잘못 협상한 것 같이 여론을 조성해나가는 것은 결코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 합의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역사논쟁'은 4년차를 맞는 박근혜정부에게 무거운 짐으로 작용해 국정동력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제기된다. 여론이 추가로 악화된다면 박 대통령이 직접 할머니들과 만나 이해를 구하는 일이 불가피해 보인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게는 정권심판론의 소재로, 여당은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4대 부문 개혁에 갈 길 바쁜 박 대통령의 발목을 강하게 잡아끄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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