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시 플레저 확산에 건기식 수요 반등
초저가·소량 전략에 다이소 시장 급성장
약국 중심 유통 질서에 균열 조짐

편집자주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살까요. 다이소에서 꼭 집어오는 생활용품부터 올리브영에서 품절을 부르는 화장품, 줄 서서 사는 빵까지. 익숙한 소비 장면 속에는 지금의 시장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금 사는 방식〉은 일상 속 '잘 팔리는 것들'을 통해 오늘의 소비 트렌드를 읽어내는 연재입니다. 어떤 상품이 선택받고, 어떤 전략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지 - 소비 현장의 변화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다이소 매장.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다이소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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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관리'가 아닌 '즐거움'으로 소비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 확산과 함께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다시 성장세로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다이소가 촉발한 초저가 전략이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 수요와 맞물리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모습이다. 다이소는 건기식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생활용품 중심 매장에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동화약품의 '편안 활'이 있다. 1897년 출시된 장수 브랜드 '활명수'를 기반으로 다이소 전용 상품으로 재구성된 이 제품은 입점 직후 초도 물량이 완판되며 식품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액상 스틱 형태와 2000~3000원대 가격은 '필요할 때 부담 없이 구매하는' 소비 방식에 정확히 맞닿아 있다. 약국에서 약사와 상담 후 구매하던 기존 패턴과 달리 생활용품을 사듯 즉흥적으로 건강식품을 선택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동화약품이 출시한 다이소용 신제품. 동화약품

동화약품이 출시한 다이소용 신제품. 동화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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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장기 복용에서 소량·저가 복용으로 이동

건강식품 소비 패턴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고가 제품을 장기간 복용하는 '계획형 소비'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필요에 따라 소량을 구매하는 '분할 소비'가 확산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고물가 환경과 맞물려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지출 자체를 줄이기보다 가격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이소는 기본 건강식품을 부담 없이 구매하는 채널로 자리 잡았다. 현재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건강식품은 100여 종에 달하며 제약사와 식품기업의 참여도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식품이 특정 유통망에 묶인 상품에서 벗어나, 일상 쇼핑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약국 중심 질서 흔들…제약사 유통 전략 변화

이 같은 흐름은 유통 구조 변화로도 이어진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20년 넘게 유지돼 온 약국 중심 유통 체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형마트나 편의점 판매 시도가 약사 반발로 번번이 좌절됐다. 박카스 편의점 판매, 저가 비타민 출시 등 주요 사례마다 갈등이 반복됐다. 약국이 일반의약품과 건강식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였던 만큼 유통 채널 확대에 민감하게 반응해왔기 때문이다.


다이소에서 판매 중인 영양제. 엑스(X·옛 트위터) 캡처

다이소에서 판매 중인 영양제. 엑스(X·옛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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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가성비 제품을 찾는 소비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약사들도 새로운 판매 채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유한양행 등 주요 기업들의 다이소 입점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 요구가 커지면서 약국 중심 구조가 점진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볍게·자주·나에게 맞게…소비 기준의 변화

건강식품은 더 이상 '특별한 관리'가 아닌 일상 소비로 자리 잡고 있다. 가격과 접근성을 기준으로 구매 채널을 선택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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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이소에서 시작된 초저가 전략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시장의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구조적 전환으로 본다. 고가·장기 복용 중심이던 시장이 저가·소량·맞춤형 소비로 이동하면서 향후 경쟁력 역시 '얼마나 가볍고 접근성 있게 설계하느냐'에 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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