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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아기 예수도 난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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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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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럽이 최악의 난민사태로 몸살을 앓으면서 난민ㆍ이주민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해 12월21일(현지시간) 현재 아프리카ㆍ중동에서 전쟁ㆍ가난ㆍ박해를 피해 유럽으로 건너간 이주민ㆍ난민이 100만명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들 중 대다수가 중동 출신이다.

왜 중동일까. 원인은 100년 전인 1916년 5월 체결된 '사이크스-피코 협정'에서 찾을 수 있다. 사이크스-피코 협정이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제정 러시아의 동의 아래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맺어진 비밀 협정이다.
중동 지도를 보면 국경이 일직선이다. 산맥이나 강 같은 지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게 아니다. 1916년 영국 외교관 마크 사이크스와 프랑스 외교관 프랑수아 조르주 피코가 당사자랄 수 있는 아랍 세력은 배제한 채 양국 이해관계에 따라 자를 대고 긋듯 죽 그어버린 것이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이나 부족성 강한 무슬림의 역사ㆍ문화ㆍ종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프롬킨은 저서 '현대 중동의 탄생'에서 현지 국가들의 경계가 서구 제국주의의 일방적 선 긋기로 이뤄져 애초부터 불안한 내부 모순을 키우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동의 대다수 나라는 지난 100년 중 상당 기간 동안 철권통치 아래 정치발전이 지체된데다 초강국 미국의 깊숙한 개입으로 흔들리곤 했다. 미국도 현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일부에서는 난민ㆍ이주민들이 사회보장제도에 무임승차하고 현지 주민의 일자리까지 빼앗아가니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현 사태에서 난민과 이주민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난민협약이나 유럽연합(EU) 법에 따라 유럽은 전쟁이나 박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밀려드는 '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단순히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들어오는 사람들은 받아들일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대다수가 전쟁이나 독재자의 횡포를 피해 고향에서 벗어난 만큼 유럽이 관용적 태도로 현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독일 기업들이 급증한 난민ㆍ이주민을 성장동력으로 간주해 당국에 난민 규제 완화 및 난민의 신속한 노동시장 편입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미국 재계 지도자 및 시장들 모임인 '미국의 신경제를 위한 연대'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 대기업 가운데 18%는 이주민 출신이 출범시킨 것이다. 이들 대기업 중 22%는 이주민 2세대가 창업한 것이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이주민 출신이 위대한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데 탁월하다. 현지 주민이 눈여겨보지 않는 틈새의 가능성을 간파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출신 이주민 가정에서 성장한 아마데오 잔니니는 이주민에게 대출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게 '뱅크 오브 이탈리아'다. 이후 뱅크 오브 이탈리아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로 이름을 바꿨다. 이주민은 눌러앉은 곳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만의 시각으로 아이디어와 전망을 제시하곤 한다.

게다가 이들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낯선 땅으로 들어온 터라 뭐든 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리스크를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난민ㆍ이주민에 대한 우리의 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는 2018년 '인구절벽'이 예고돼 노동력 부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난민ㆍ이주민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미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피터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지난 크리스마스 전날 반(反)이민 정서에 대해 비판하며 참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 요셉과 마리아가 헤롯왕의 박해를 피해 피란길에 올랐다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낳은 "아기 예수도 난민이었다"고.





이진수 국제부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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