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동일까. 원인은 100년 전인 1916년 5월 체결된 '사이크스-피코 협정'에서 찾을 수 있다. 사이크스-피코 협정이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제정 러시아의 동의 아래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맺어진 비밀 협정이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프롬킨은 저서 '현대 중동의 탄생'에서 현지 국가들의 경계가 서구 제국주의의 일방적 선 긋기로 이뤄져 애초부터 불안한 내부 모순을 키우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중동의 대다수 나라는 지난 100년 중 상당 기간 동안 철권통치 아래 정치발전이 지체된데다 초강국 미국의 깊숙한 개입으로 흔들리곤 했다. 미국도 현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대다수가 전쟁이나 독재자의 횡포를 피해 고향에서 벗어난 만큼 유럽이 관용적 태도로 현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독일 기업들이 급증한 난민ㆍ이주민을 성장동력으로 간주해 당국에 난민 규제 완화 및 난민의 신속한 노동시장 편입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미국 재계 지도자 및 시장들 모임인 '미국의 신경제를 위한 연대'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 대기업 가운데 18%는 이주민 출신이 출범시킨 것이다. 이들 대기업 중 22%는 이주민 2세대가 창업한 것이다.
미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이주민 출신이 위대한 기업인으로 성장하는 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데 탁월하다. 현지 주민이 눈여겨보지 않는 틈새의 가능성을 간파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출신 이주민 가정에서 성장한 아마데오 잔니니는 이주민에게 대출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게 '뱅크 오브 이탈리아'다. 이후 뱅크 오브 이탈리아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로 이름을 바꿨다. 이주민은 눌러앉은 곳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만의 시각으로 아이디어와 전망을 제시하곤 한다.
게다가 이들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낯선 땅으로 들어온 터라 뭐든 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리스크를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난민ㆍ이주민에 대한 우리의 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는 2018년 '인구절벽'이 예고돼 노동력 부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난민ㆍ이주민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미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피터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지난 크리스마스 전날 반(反)이민 정서에 대해 비판하며 참 인상적인 발언을 했다. 요셉과 마리아가 헤롯왕의 박해를 피해 피란길에 올랐다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낳은 "아기 예수도 난민이었다"고.
이진수 국제부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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