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도 실제로는 쉽지 않더라고요. 손주 같은 아이들한테 '폴더인사'를 하는데 진땀이 나대요. 그럴 때마다 자존심이 밥 먹여 주느냐고 수천 번 되뇌었죠. 교대하는 김씨하고도 그렇게 얘기했거든요. 밥을 먹으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열심히 시키는 대로 하자고 주문을 외듯 했고요.
그래서 곰곰 생각을 해봤어요. 저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죠. 몇 분 지나지 않아 반성을 하게 됐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참 욕심을 많이 부리면서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과욕이라거나 탐욕이라고 할 정도로 소유욕이 강한 사회가 된 것 같아요. 뭐든 내 것으로 만들겠다, 내 몫을 최대한 더 만들겠다, 뭐 이런 생각이 지배하고 있는 거에요. 욕심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내 것만 내세우게 되면 각박해지게 되잖아요. 마치 버스나 전철을 탈 때, 마트에서 장볼 때, 다른 사람 제치고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밀치는 사람은 별 느낌이 없을지 몰라도, 밀쳐지는 사람은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게 되는…. 느낌 아시죠. 내 아파트니까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수준. 내가 관리비 내니까, 그 돈 받는 사람은 나한테 깊은 존경심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믿음. 그래서 우리한테 폴더인사를 시켰겠지요.
그런데 좀더 생각해 보니 젊은 아이들한테서 희망을 보게 된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나 할까요. 기성세대들은 그냥 넘겼잖아요. 경비원이 깊숙하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있어도, 으레 그러려니 했던 거죠.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어요. 이런 변화를 마음에 담아두고서 몇 달 동안 스스로 평가하고 잘못된 점을 고쳐야 된다고 봤던 거에요. 그런 생각을 잘 정리해 글을 써 붙였던 겁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이런 아이들이 내 것만을 좇는 기성세대들 사이에 존재한다니. 기특하다는 표현은 좀 부족한 것 같고, 신기할 정도예요. 사회는 또 이렇게 발전해 가는구나, 닳아빠진 기성세대에게 아이들이 이렇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구나,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이 글은 부산의 모 아파트 경비원을 가정해 순전히 창작한 것입니다.
소민호 사회부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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