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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 대통령 폭거에 남아공 혼란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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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제이콥 주마 대통령의 폭거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경제적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

주마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은흘란라 네네 재무장관을 교체했다. 네네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재무장관으로 남아공 국민의 신망이 두터웠던 인물이었다. 정부 주요 요직이 주마 대통령 측근들로 채워져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입바른 소리를 하던 네네 장관이 해임됨으써 남아공 정국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주마 대통령이 그동안 많은 논란과 의혹을 야기했지만 이번 재무장관 교체는 특히 심각성이 크다며 주마 대통령의 인기가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요하네스버그 소재 민주주의 연구센터의 스티븐 프리드먼 이사는 "네네 장관은 실질적으로 1994년 이후 해임된 첫 번째 재무장관이 됐다"며 "주마 정부가 지난 20년간 넘지 않았던 선을 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남아공 국민들의 트위터에는 주마 대통령을 추락시켜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ZumaMustFall'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남아공 최대 노조이자 현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정부의 충실한 지지자인 '남아공 노동조합회의(COSATU)' 조차 네네 장관 해임이 충격적이고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남아공은 2009년 5월 주마 대통령이 집권한 후 계속 혼란을 겪고 있다. 주마 대통령은 집권 후 주요 요직에 자신들의 측근들을 앉히며 논란을 낳았고 경제 정책에서도 실수가 잦았다.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정책들이 잇달아 시행됐고 주요 국유 기업들은 경영진 공백과 잇따른 손실로 어려움을 겪었다.

개인 비리와 의혹도 잇달았다. 주마는 부통령 시절이었던 2005년 군수업체들로부터 700건이 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부통령 자리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뇌물 수수 소송은 주마가 대통령에 지명되기 직전 취하됐다. 주마 대통령은 강간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혐의 판결을 받기도 했다. 또 친구의 딸과 사이에서 아들을 낳아 기르고 있다고 인정해 논란을 낳았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사저를 보수하는데 세금 2억1500만랜드를 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마 대통령은 복지정책 확대를 통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 현재 남아공에서는 국민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1600만명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잇따른 의혹과 논란에도 주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견고한 이유다.

정부 예산은 방만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이가 바로 네네 장관이었다.

네네 장관은 19개월 재임 기간 수차례 주마 대통령과 충돌했다. 지난 2월 주마 대통령은 새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결정했는데 당시 네네 장관은 건설 비용 확보가 우선이라며 주마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네네 장관은 주마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인 두두 미예니 남아공 항공 회장과 항공기 임대 계약을 두고 충돌하기도 했다.

야당은 네네 장관이 주마 대통령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해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인 민주동맹의 무시 마이마네 대표는 "네네 재무장관이 과도한 정부 지출의 고삐를 죄려 했고 원전과 남아공 항공 문제에서 주마 대통령 마음대로 하지 못 하게 하려 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것"이라며 "네네 장관 해임은 주마 대통령이 국가보다 자신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라고 비난했다. 마이마네 대표는 "네네 장관은 정부지출 감축을 요구하며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해임됐다"고 덧붙였다.

프리드먼은 이번 네네 장관 해임이 당장 주마 대통령의 권력 약화를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악재가 될 수 있고 결국에는 주마 대통령 자신에도 피해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폴리티컬 퓨처스의 다니엘 실키 이사는 "주마 대통령이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파장이 큰 결정을 했다"며 "주마 대통령이 ANC 내에서 지지를 더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마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는 모든 권력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행동는 자신의 정부를 약화시키고 정부 내 불신과 고통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주마 대통령의 임기는 2019년까지다. ANC 대표 임기는 2017년에 끝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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