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기업들의 성장동력인 연구개발(R&D) 투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인한 실적 악화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생존하려면 R&D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현대차·포스코·LG화학 등 간판기업들의 R&D 비용이 세계적인 경쟁 기업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돼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1위 기업인 LG디스플레이는 올 들어 3분기(1~9월)까지 총 1조189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5.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R&D 투자(매출액 대비 7.2%)와 비교하면 1.5% 포인트나 줄어든 수치다. 2013년(6.3%)과 비교해도 한참 부족하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OLED 사업에 힘을 쏟으며 연구개발비를 크게 늘렸지만, 올해는 실적 부진으로 인해 이를 뒷바침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 또한 올 들어 3분기까지 R&D에 투자한 금액은 총 1조3750억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2.0% 선에 그쳤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2.4%)과 비교하면 0.4%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친환경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르겠다고 공언 할 뿐, 정작 이를 뒷받침 할 R&D 투자엔 소홀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철강업체인 포스코도 올해 R&D 투자가 많이 줄었다. 포스코의 철강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2013년 1.68%에서 2014년 1.98%까지 늘었다. 하지만 올해 1~9월 1.42%로 주저 앉았다.

현대중공업(2014년 0.5%, 올해 0.5%), 대우조선해양(2014년 0.5%, 올해 0.6%) 등 조선 회사들은 몇년째 연구비 비중이 1% 아래다. 고부가가치, 차세대 스마트 선박 등의 구호가 무색한 수준이다.


특히 현대차·포스코·LG화학 등 국내 간판 기업들의 연구개발비는 글로벌 경쟁 기업에 비해 한참 뒤쳐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5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의 지난해 연구개발비 집행액은 2조120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2.4%였다. 독일 폴크스바겐(매출액 대비 5.2%), 일본 도요타(3.5%), 미국 GM(4.6%)·포드(4.4%) 등 경쟁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감안하면 현대차가 지금보다 두 배 넘게 R&D 투자를 늘려야 기술 개발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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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매출액 대비 20%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하지만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는 8.4%로 절반을 밑돈다. 또 1만여명의 R&D 인력을 갖추고 있는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2조250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2.5%였다. 한국 화학기업 중 가장 높은 LG화학이 2.2%이며 롯데케미칼 등은 1%에도 못 미친다. 철강·조선 분야 국내 1위인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1~2%대에 불과하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인 존슨앤존슨(11%)도 한국의 아모레퍼시픽(2.4%)이나 LG생활건강(2.3%)보다 4배 정도 많은 R&D 투자를 하고 있다. 기업들이 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기 부진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구조조정 등 허리띠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R&D 부문 예산 역시 크게 삭감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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