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위기]中추격에도 '일단 줄이고 보자'…조선업 미래는?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올해 조(兆)단위 적자를 내며 사상 최악의 위기에 몰린 조선업계 역시 불황의 파고를 넘으며 연구개발 투자비를 대폭 줄였다. 국내 조선업이 휘청거리는 사이 중국에서 국내 기술을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일단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이자'는 식의 고강도 긴축경영이 이뤄지는 상황이라 당장 성과를 보일 수 없는 미래에까지 투자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3사, R&D 부문 투자 급감…올 한해만 600억 ↓
올 3분기까지 국내 조선 3사의 연구개발투자비는 지난해 같은기간대비 577억6600만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비가 가장 많이 준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연구개발비 투자액이 지난해 3분기 2136억7500만원에서 올해 1793억8900만원으로 342억8600만원 줄었다. 전년동기대비 16% 감소한 수치다. 연구개발비 감축 추세는 4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016년 흑자달성을 목표로 불필요한 사내외 행사는 물론 각종 연수 프로그램과 시설투자 등을 모두 축소하거나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개발비 역시 현재보다 더욱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올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에 650억7800만원을 지출하면서 지난해 같은기간 816억2400만원에 비해 165억4600만원 줄였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설비에 특화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고수익형 사업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연구개발 결과, 차세대 제품을 선행적으로 개발하고 핵심요소기술 확보를 통해 업계를 선도해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잇단 구조조정 속에서 당분간 연구개발에 적극 몰입하기는 힘들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연구개발비가 크게 줄었다. 올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용은 총 594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664억2400만원에서 69억3400만원 감소했다. 액화천연가스(LNG)와 관련해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자체 개발한 LNG 운반선의 신기술을 선보이며 국내외 선주ㆍ선급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LNG 운반선 35척을 수주하고 올해도 9척을 따내며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조(兆)단위 적자로 현장인력을 제외한 모든 것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면서 이전처럼 활발하게 연구개발을 진행하기는 힘들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긴축경영을 통해 경영정상화까지 1조8000억원을 감축할 예정이다.
◆'투자'없이 '미래'도 없다…中 기술격차 좁혀지고 있어
그러나 연구개발은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매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기업활동조사'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9년간 존속한 기업 중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한 기업의 기업당 매출액은 5190억원으로 전체 기업 매출액 평균(1840억원)의 2.8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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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국내 조선,철강사들의 기술력을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신기술 개발에 더욱 가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이라면서 "업황부진을 이유로 위축될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1월 국내 선박 수주량은 7만9834CGT로 2009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은 11월에 전세계 선박 발주량 182만CGT의 80%인 146만CGT를 수주했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누적 수주량은 아직 중국에 앞서있지만 이 마저도 내줄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기준 국내 조선업체들의 누적 수주량은 992만CGT, 중국은 882만CGT다. 수주잔량은 더욱 격차가 난다. 같은 기간 중국의 수주잔량은 3964만CGT, 국내는 3112만CG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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