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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대학에 필요한 건 '국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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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규 싱가포르 국립대 경영학과 교수

조승규 싱가포르 국립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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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1위 대학' 싱가포르 국립대 조승규 교수
외국인 교수·학생에 문호 대폭 개방
전면적 영어수업 등 시스템 개선을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21세기 대학은 문호를 개방해 국내·외 인재가 자유롭게 교류되는 국제화를 이룬 대학이어야 합니다."
지난 4일 싱가포르 국립대(NUS) 비지니스 스쿨(Business School) 건물에서 만난 조승규 NUS 경영학과 교수의 얘기다. 조 교수는 지난 2000년부터 싱가포르 국립대에 교수로 재직 중이다.

NUS는 최근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즈고등교육'(THE, Times Higher Education)이 70개국 800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아시아 1위, 세계 26위를 차자했다. 이를 두고 조 교수는 "정부의 막대한 예산 투입과 교수 연구업적과 국제화를 동시에 갖춘 시스템으로 거둬낸 성과"라고 해석했다.

싱가포르는 정부 주도하에 고등 교육을 키우기 위해 1990년대부터 싱가포르 국립대 공과대학을 시작으로 경영대, 사회과학대, 인문대 등에 예산을 투입해왔다. 조 교수는 당시 싱가포르 국립대의 제안을 받고 이곳에 왔다.
조 교수는 "싱가포르 국립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질 좋은 교수를 끌어들였다"며 "교수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구비 지원이 확실하고 연구시간을 보장해주며, 생활하기 편리하게 만들어 줘 젊고 유능한 교수들이 싱가포르에 몰렸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교수 연구 업적은 논문 양 뿐 아니라 질도 좋아야 하는데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들의 연구 실적이 세계 어느 대학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국립대가 좋은 성적을 거둔 데는 예산 뿐만이 아니라고 조 교수는 언급했다. 최근 각종 대학평가 지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국제화 지수를 높이기 위한 정부의 시스템 구축도 '아시아 1위 대학' 타이틀을 따내는 데 한 몫했다.

조 교수는 싱가포르 국립대의 국제화 시스템이 아시아대학 1위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싱가포르 국립대는 모두 영어 프로그램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외국인 교수와 학생에게 문호가 대폭 열려있어서 누구든 성과를 낼 수 있다면 학교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다양성(international diversity)을 포용한다는 점 또한 NUS가 아시아에서 1위 대학으로 뽑힌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예산 투입과 국제화 시스템 등으로 싱가포르 국립대가 전세계 대학 순위 30위안에 들었던 점에 비해 한국 대학들의 성적은 저조하다. 이번 조사에서 100위권 안에 든 국내 대학은 서울대(85위) 뿐이며, 800위에 든 국내 대학은 서울대 외 포항공대(116위), 카이스트(148위), 성균관대(153위) 등 24개의 대학이다.

정부가 고등 교육에 GDP 1%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성적이 좋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 교수는 국제화를 위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한국 대학들이) 훌륭한 인재가 모여진 탓에 지표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시스템이나 정책의 결과와는 별개라고 본다"며 "서울대, 동경대, 북경대 등 모두 자국에서 최고의 인재들이 재직하고 재학하는 전통 명문대학들이기에, 교수들의 연구업적이나 졸업생들의 활약, 평판 등에서 자연스럽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서도 "오로지 인적자원의 우수성과 그 인적자원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한국 대학에서의 국제화 시스템 부족을 지적하는 사례로 한국 대학에서의 영어 강의 실상을 들었다. 조 교수는 "강의 시간이 3시간이면 2시간을 교수가 영어로 강의하고 조교가 남은 1시간 동안 한국어로 설명하더라"라며 "이렇게 꼼수로 운영되는 영어 수업과 형식적인 국제화 노력은 좋은 성과를 내는 외국인 교수나 학생 등 해외 인재를 유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앞으로 한국 대학이 국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외국인에 대학을 개방을 함으로써 해외인재들 또한 자유로이 영입되고 교류하는 분위기가 선행돼야 그 이상의 차원으로 진입할 수 있다"며 "결국 영어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하고 연구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한다"고 말했다.

조승규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연세대 경제학 석사 △펜실베니아대 경제학 박사 전공 △싱가포르 국립대 경영학과 교수(2000~)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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