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있는 오묘한 하늘…대립항과 조화
이탈리아 유망 작가 지오바니 오졸라 국내 첫 개인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멀리서 해가 진다. 노을로 물든 하늘이 밤을 예고한다. 그리고 해가 있는 곳 일직선 방향 위로 초승달이 보인다. 해와 달이 같이 있는 오묘한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바나에서 본 광경이다. 남부 프랑스 어느 해안에서 발견한 콘크리트 벙커 파편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유럽 곳곳 지어놓은 벙커 중 일부다. 그라피티로 치장돼 있다. 가끔씩 서핑보드가 놓인다. 더 이상 참상의 기억을 불러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해변의 생기를 북돋는다.
해와 달, 전쟁과 생기. 대립항처럼 보이는 두 가지 요소가 함께 들어 있는 사진들. 이탈리아 작가 지오바니 오졸라(33)의 작업이다. 그가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신작들을 선보였다. 10여년 전부터 작가 활동을 해온 그는 사진에서 출발해 조각, 설치,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로 자신의 예술적 탐험을 표현하고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경 모리 미술관, 뉴욕 첼시 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 중국 광동 미술관 등 유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이탈리아 미술계가 주목하는 젊은 작가다. 18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인근 갤러리 313아트프로젝트에서 그를 만났다.
오졸라의 사진작업이 이야기하듯, 작가는 서로 상이한 성질을 대비시키고 이들 관계가 형성하는 비가시적인 에너지와 조화에 주목한다. 전시 제목이 '정신과 금속'(Soul and Metal)인 이유다. 전시장에는 현상의 양면성을 포착한 사진 작품을 비롯, 작가가 오랜 기간 수집한 여러 종류의 프로펠러 위에 드로잉을 한 조각 등 총 20점이 나와 있다.
이 중 알루미늄 판을 양각해 구리선을 새겨 넣은 작품은 세계지도와 과거 탐험가들의 여정을 담아냈다. 작가는 "알루미늄을 깎을 때는 세공기계로 스크래치를 하지만, 구리선을 넣을 때는 옛날 사람들처럼 망치로 두드려 작업했다"며 "모험가들의 덕택으로 지금 우리는 덜 두려운 마음으로 이 땅위를 다시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작가는 피렌체 출생이다. 조각의 본고장에서 예술적 영향을 많이 받았을 터였다. 바다에서 건져진 난파선에서 프로펠러를 수집하고 황금비율을 새겨 넣고, 개개인과 세상, 모든 존재들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도 그가 자라온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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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년부터 아프리카 서북 해안 먼 바다 스페인령 카타리나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테네리페섬에서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섬의 중앙에 솟아있는 화산은 3800미터에 이르며, 대서양의 섬 중 가장 높은 봉우리를 자랑한다. 그 섬에도 프랑코 독재시절 만들어진 폐허가 된 벙커와 건물들이 있다. 남부 프랑스 해안 벙커들처럼 그곳에도 벽면에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거나 사람들이 해변을 감상하며 담배를 피운다. 작가는 "테네리페섬은 세계탐험항로와 지도를 그린 작품을 하면서 갔던 곳이다. 그곳에서 망원경으로 별 감상을 즐겼다. 여행을 하거나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이곳저곳을 떠돈다. 여러 장소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작가는 세상 많은 것들이 지닌 양면성 그리고 시간성에 초점을 맞춰 작업한다. 그러면서도 조화와 균형, '하나로 이르는 길'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최근 프랑스 테러 사태에 대해 작가는 "종교와 인종으로 나눠 경계를 두는 것, 특히나 군사 간의 대립이 아닌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 그런 전쟁은 의미가 없다. 굉장히 비정상적이라 본다"며 "우리는 하나의 인류다. 지금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고 슬프다"고 했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02-3446-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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