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4곳이 "재정이 열악하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하자, 정부가 "지방교육청 재정여력이 충분하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누리과정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5세 아이들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내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교육청은 대구(382억원), 울산(349억원), 경북(493억원) 등 3곳 뿐이다. 이들 교육청이 편성한 예산도 누리과정 소요액에 비해 최소 116억원에서 많게는 493억원이 모자란 것이다. 나머지 14개 교육청은 예산편성계획에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넣지 않았다.

이들 교육청은 내년 세입으로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직원 인건비 등이 늘어난 데다 누리과정 예산까지 감당할 경우 학교 현장의 교육사업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 8조13억원 중 교육과정 개발, 평가 같은 실질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쓰이는 지출이 전체 예산의 4.67%다. 2012년에 7.16%에 비해 상당폭 감소했다.


정부는 "내년 지방교육 재정여력이 충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누리과정 예산은 2조1110억원으로 올해보다 362억원 늘어나는 데 그치지만, 세입여건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교육교부금은 41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9000억원 증가한다. 부동산시장 회복에 따른 취득세 증가 등으로 지방세 수입도 크게 늘어나고, 일반지자체로부터 받을 학교용지부담금 미전입금 1조4000억원도 상환노력을 통해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교육청들이 매년 못쓰고 이월·불용되는 예산이 연간 4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예산의 6.0%로, 누리과정 어린이집 소요액의 2배 규모다. 또 인건비, 시설비 등 세출내역별 비효율이 심각한 상황에서 무작정 중앙정부의 지원만 늘려달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감사원은 후임자 보충이 불필요한 보직교사의 수업시간 보충 등을 위해 기간제교원 9980명을 정원외로 임용하는 등 예산낭비 사례를 지적하기도 했다.


누리과정 예산이 '의무지출경비'인지를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시도 교육감들은 교육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함에 따라 교육감의 예산 편성권과 자율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재정법 33조와 같은 법 시행령 39조에 따라 의무지출경비로 지정된 것"이라며 "이는 교육감의 자율적인 예산편성 대상이 아니며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교육감의 예산편성권은 법령에 따라 형성되고 제한되는 권한인 만큼 법적 경비인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기재부는 "유아교육법에 따라 누리과정을 교육활동으로 규정하고 있고, 무상교육 범위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실시하는 '공통의 교육·보육'으로 규정하고 있어 지방교육교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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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관계자는 "2012년부터 누리과정을 교육교부금으로 추진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재원을 이관해왔다"면서 "지금까지 지방교육청에서 실시해오다가 새 교육감 당선 후 첫 예산인 올해부터 누리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것은 유아와 학부모를 볼모로 삼은 모순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시도 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도록 지속적으로 설득작업을 펼치기로 했다.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에는 일반 지자체의 예산편성을 통해 어린이집에 누리과정 지원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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