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감정평가 뜯어고친다
감정원, 부실 논란에 표준 보고서 양식 제시
주관 개입소지 있어 중요한 내용만 의견 적기로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서울 이태원동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자택은 매해 한두 차례 이목을 집중시킨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될 때 대부분 상위권에 랭크돼서다. 올해는 156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이 단독주택은 거래가 된 적이 없다. 그래서 가격이 어떻게 산출됐을까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감정원이 단독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가격 조사·평가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정희웅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 감정평가사는 28일 열린 '부동산 가격 조사·평가 객관화를 위한 개선 세미나'에서 "감정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감정평가 보고서의 표준화된 양식을 마련 중"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감정평가의 적정성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이 이슈화되면서 평가 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낮아지고 있어 그 회복이 시급한데 그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고무줄 감정 평가' '과다 보상' 논란을 야기한 한남더힐과 천안야구장 사건 등 감정평가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올랐었다. 이 자리에서 민간 감정업체의 감정평가 중 부실 감정이 72%에 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감정평가사는 "정보기술(IT)과 위치기반서비스의 발달에 따라 최근 부동산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각종 부동산 관련 통계자료가 제공됨에 따라 의뢰인들의 수준은 높아졌다"며 "하지만 감정평가 보고서는 단순 기술 위주의 기존 형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감정평가사는 현행 감정평사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서술형' 구성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감정평가서의 경우 부동산 분석 및 평가액 산출과정이 서술형으로 구성돼 주관 개입의 소지가 많다"며 "평가자가 주된 가격 형성 요소를 빠뜨리거나 가격 형성에 영향이 없는 요소를 고려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정평가 보고서는 감정평가사가 평가 결과를 의뢰인에게 알리기 위해 작성하는 보고서다. 부동산 가치 평가의 기본이 되는 만큼 관련 법령은 감정평가서를 일관성 있고 명확하며 이해가 쉽게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구성돼 있으며 감정평가 대상의 과거 이력과 감정평가사의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또 감정평가사의 윤리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신의와 성실로써 평가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감정평가서에 기재해야 한다. 일본은 평가 의뢰인과 대상자 간에 이해관계 여부를 밝혀야 한다. 영국은 "감정평가사가 대상 부동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실무지침을 두고 있다.
그는 감정평가서의 합리성 및 안정성 제고를 위해 '가정 및 제한조건'과 감정평가표 등의 항목을 포함한 '표준 감정평가 보고서' 양식을 제시했다. 또 감정평가 과정상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중요한 내용만 '감정평가액의 산출근거 및 결정의견'에 적도록 했다.
정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 보고서는 감정평가의 최종 결과물로서 그 보고서의 수준이 결국 감정평가사의 전문성과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표준화 양식을 참고해 표준서식을 마련한다면 감정평가서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평가의 적정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제안한 감정평가 보고서 표준화 양식은 단독주택을 기준으로 한 양식에 한정돼 있다"며 "물건·평가 목적별로 표준화 양식 개발을 확대해 나가거나 관련 전산프로그램 개발, 감정평가사들에 대한 교육도 함께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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