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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파고다 그후 2년]1-①파고다에 지금 무슨 일이…멈추지 않는 추적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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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화제의 빅시리즈-기사 나간 '그 섬'은 어떻게 됐나

주지였던 보리스님 건강악화·재정난까지 겹쳐
지금은 심곡암 주지 원경스님이 운영 이어받아
10년 넘은 '허리우드 식당'은 지난 6월 문 닫아

[그 섬, 파고다 그후 2년]1-①파고다에 지금 무슨 일이…멈추지 않는 추적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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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2년 전 아시아경제는 서울 종로3가 파고다공원(정식 명칭 탑골공원)에서 종로4가 종묘공원까지 그 일대를 찾는 할아버지들의 일상을 집중 조명하고 한 달 동안 20회(2013년 11월4일~29일)에 걸쳐 '그 섬, 파고다'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한 바 있다.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노인문제와 가족 해체 문제, 그로 인해 파생된 복잡다단한 사회문제가 그대로 투영된 파고다공원은 우리의 오늘이자 내일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던 것이다. 딱 2년이 지난 지금 '그 섬'은 그후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시아경제는 '뉴스 애프터서비스' 차원에서 2년 전 당시 취재팀을 그대로 재가동해 파고다 일대를 다시 둘러봤다. 파고다공원과 그 일대 그리고 다시 만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그 섬, 파고다 그후'로 엮어 싣는다.

◆'그 섬'에 다시 찾아온 가을= 서울 한가운데에 놓인 외딴 섬, 종로 파고다공원에 가을이 다시 찾아왔다. 공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플라타너스 잎들은 완연히 갈색으로 물들었고 바람을 못 이겨 하나둘씩 떨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몇 차례 계절이 바뀌었지만 지난 7일 다시 찾은 이곳은 2년 전 '그 섬, 파고다'를 연재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여전히 그 섬은 시간이 멈춰 있는 듯했다.
파고다공원 북문에서는 70~80대 어르신들이 가을 정취와 함께 소박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인근 식당의 야외 플라스틱 테이블에서 막걸리 한 잔을 걸치며 왁자지껄한 모습은 2년 전과 다를 바 없었다. 장기판 주변에는 삼삼오오 모여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그들만의 '빅매치'를 벌였고 바닥에 좌판을 벌여놓은 주인은 손님들과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200원짜리 커피자판기와 10여개의 이발소마다 붙어있는 '이발 3500원, 염색 5000원'이라는 가격표도 동일했다. 가게 앞 간이의자에 머리에 까만 염색약을 바르고 앉아 선선한 바람을 느끼고 있는 할아버지들의 함박웃음도 그대로였다.

누구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스타하우스의 사장 김종수씨는 지금도 무료 공연을 이어나가고 있고 얼마 전 인근에 '스타하우스2'를 개업했다고 자랑했다. 1970년대 음악다방을 재현해놓은 '추억더하기'에는 음악DJ 장민욱씨가 여전히 DJ룸에 앉아 선곡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옛날식 교복을 입고 서빙을 하던 '청춘식' 할아버지는 어느새 3년 차 직원이 돼 이곳에선 '매니저님'로 불리고 있었다. 추억더하기에는 75세 이상 어르신 14명이 순번을 짜서 하루 6시간씩 일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보이는 파고다공원의 '속살'도 여전했다. 낮 시간임에도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소주병들과 담벼락에 기대어 쓰러져 잠이 들어있는 노숙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은 술을 마신 채 리어카에 폐품을 싣고 가던 50대 남성이 갑자기 길에서 쓰러져 근처 식당 주인의 신고로 119 구급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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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동안 어떻게 달라졌나= 공원 주변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2년 사이 변화된 점이 눈에 띄었다. 먼저 하루 200여명이 점심을 해결하던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 3월 이곳 주지였던 보리스님이 건강이 나빠지고 재정난까지 겹쳐 더 이상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기 힘들다는 뜻을 전하면서 폐쇄 위기까지 찾아왔다고.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 시민의 권유로 심곡암 주지인 원경스님이 급식소 운영을 이어받았다고 한다. 배식과 설거지를 위해 매일 자원봉사를 하는 팀원들 사이에도 '젊은 피'가 수혈됐다.
낙원상가 옆 순대국밥 골목에서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할 수 있었다. 골목 초입에서 '허리우드 식당'을 10여년째 운영하던 배영애 할머니는 지난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가게 문을 닫았다고 한다. 바로 옆에 있던 또 다른 순대국밥 식당인 '우리집' 사장님 강씨 자매가 이 가게를 인수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한 그릇에 3000~3500원 하던 국밥 가격은 4000원으로 올라 있었다. 언니 강씨는 "임대료와 음식재료비, 인건비를 충당하다 보니 남는 게 없었다"며 "두 달간 국밥값을 5000원으로 올려도 봤다가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다시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집' '호남집' 등 팔도 지명으로 가게 이름을 지은 다른 국밥집들도 모두 4000원에 팔고 있었다. 인정을 팔던 식당 주인들이 오르는 물가에 손을 든 것이다.

옛 명화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낙원상가 4층 '실버영화관'에는 1개관이 추가됐다. 이른바 '낭만극장관'이 생기면서 극장 좌석은 총 600석까지 늘어났고 하루 2개 영화를 골라서 볼 수 있게 됐다. 실버영화관에서는 1950~70년대, 낭만극장에선 1980년대 이후부터 최신작까지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다. 관람료는 3000원으로 실버영화관보단 1000원 더 비싸다.
지난 25일 파고다공원 인근에서 열린 '효자손 어르신 대축제'(사진제공=서울시)

지난 25일 파고다공원 인근에서 열린 '효자손 어르신 대축제'(사진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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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주변 정비사업 얼마나= 공원 관리소장으로 새로 부임한 이모(59)씨는 파고다공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전보다 늘었다고 전했다. 한 나라의 국보(원각사지십층석탑)와 보물(대원각사비)을 이처럼 도심 내에서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은 파고다공원이 거의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마침 불교계 행사가 열린 이날도 국악이 울려 퍼지며 옛 정취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또한 올해 2월부터 예금보험공사 봉사단체가 한 달에 한 번씩 점심시간을 이용해 파고다공원 안팎의 주변 환경미화를 돕고 있다.

2년 전 파고다공원 주변을 노인복지 향상을 위한 '어르신 문화특화거리'로 조성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도 착착 진행 중이었다. 지난 25일 서울시 주최로 '효자손 어르신 대축제' 가 열렸다. 약 7000명이 참여한 이날 '어르신 대축제'를 시작으로 파고다공원 주변은 어르신 문화 특화거리이자 세대 공감의 거리로 정식 선포됐다. 가수들의 축하 공연은 물론 어르신들이 즐길 수 있는 추억의 박물관, 벼룩시장, 포토존 등이 마련돼 호응을 얻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화관, 식당, 이발소 등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을 소개하고 당당하고 활기찬 노년문화를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그동안 어르신들의 보행 편의를 위해 공원 주변인 지하철 안국역과 종로3가역 출구에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추가로 설치됐다. 지난 7월에는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가 개관해 종묘공원 정문 앞에서 어르신을 위한 공연과 건강ㆍ금융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시는 메뉴 가격이 4000원 미만인 식당들을 골라 대형 맛집지도를 만들어 2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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