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CB 발행건수 전년比 75% 증가
올 들어 자금줄이 막힌 상장사들의 CB 발행이 늘고 있다. 발행회사는 저금리로 급전을 조달할 수 있고, 전주(錢主)들은 채권 수익과 주가 수익이라는 '일타쌍피'의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주주가치 희석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들의 몫이다.
CB는 자금줄이 마른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 주로 이용한다. CB는 채권과 주식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권의 이자수익과 함께 싼 값에 주식으로 전환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챙길 수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이런 전환권 때문에 일반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만기에 상환할 금액이 없어지므로 부채가 감소하는 꿩먹고 알먹기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일례로 연간 순이익이 78억원, 발행주식수가 4898만3352주인 엔케이 의 주당순이익(EPS)는 159원이다. 하지만 지난달 발행한 2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에서 전환권이 모두 행사된다고 가정하면, 발행주식수가 5257만7102주로 늘면서 EPS가 148원으로 감소한다. 개미들의 투자가치도 159원에서 148원으로 쪼그라든다는 얘기다.
오버행 이슈도 개미들에게는 반갑지 않다. 시장에 대량 물량폭탄이 쏟아지게 되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서인데, CB 인수인이 대주주가 아닌 기관투자자인 경우가 많아 오버행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CB 발행이 인수인과 발행기업에게는 윈윈이지만 신주가 발행돼 전체 주식수가 늘어나게 되면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해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가 안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앞으로 발행가능한 주식수와 전환권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기업이 만기 혹은 만기 전 사채 원금을 상환할 여유 자금이 충분한지 등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이 좋다"고 덧붙였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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